통삼겹조림
태담을 들려주는 것이 아이의 지능발달이나 정서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산모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적당히 움직이며 적당히 쉬는 것은 내가 확연히 알 수 있을 만큼 태아에게 영향이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의심은 없었는데, 태담을 포함한 태교가 얼마큼의 영향이 있을까는 내가 느낄 수도 없고 수치로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산모들은 (대표적인 태교인) 클래식을 듣거나 수학 문제 풀기, 영어 공부하기 등 엄마의 뇌를 자극하는 활동은 장려, 공포영화나 욕설, 폭력이 심한 드라마 영화는 자제하는 등 혹시 영향이 있을 수 있으니까 노력하고 주의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좋은 건 좋을 테고 안 좋은 건 좋을 것이 없겠지,라는 어렴풋한 생각은 있었다.
“남편이 동화 많이 읽어주고 그래요?”
그런 것도 의무였던가! 우리 남편은 다정하게 배에 대고 다정하게 동화를 읽어주는 타입이 절대 아니다. 편지 하나도 잘 못 쓰는 사람인데. 그래도 그런 질문을 받고 나니 괜히 시켜보고 싶고 그런다.
매일 태담으로 읽어주라고 정해진 시각마다 한 편의 짧은 글이 산모 어플 알림에 뜬다.
“아빠 목소리 들려주는 게 좋대. 이거 읽어줘 봐.”
동화는 아니니까 덜 쑥스럽겠지 싶어 남편에게 휴대폰을 건네줬다. 어색해하던 남편은 배에 대고 읽지는 못하고 혼잣말하듯 일정한 톤으로 읽어 내려간다.
그런데 하필 내용이 ‘태담은 아이의 지능을 높여주고 감성을 발달시킨다.’라는 요지.
그리고 우리 남편은 가방끈 좀 논문을 쓰고 읽고 평가하는 게 직업이라 직업병 발동, 이 글이 어디서 발췌된 것이냐며 관련 논문을 찾고 있다.
“아니하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 논문에 신빙성 없으면 안 할 거고, 뭐 그런 거야?”
태담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보다 남편의 행동 자체로 조금 짜증이 난 나는 방에서 나오고 말았다.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기대를 한 내가 분란을 만들었지.
아이 지능이 높아지든 아니든 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는 다툼을 막는 것이 빠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