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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03. 2024

삼십오일. 준비

마리네이드 앤쵸비 오픈 샌드위치


이틀 전 만든 생멸치 절임, 식초에 마리네이드 한 앤쵸비를 꺼냈다. 통조림이 아니다 보니 절였어도 오래 두고 먹을 수는 없어서 부지런히 꺼내 먹어야 한다. 두툼하게 썬 바게트를 살짝 구워 적당히 바삭하게 하고, 노른자가 완전히 익기 전 꺼낸 삶은 달걀과 잘 익은 토마토를 슬라이스 해서 준비. 빵 위에 각각을 올리고 멸치를 살포시 올린 다음, 작은 화분에서 기르고 있는 싱싱한 딜을 잘라 후추 약간과 마무리했다. 마요네즈를 빵 위에 조금 발라도 좋을 것 같은데 이미 완성해서 이대로 먹기로 한다. 산으로 절여진 멸치라서 산미가 있는 토마토보다는 달걀 쪽이 더 맛있다.


나보다 출산 예정일이 3주 정도 빨랐던 친구가 어제 갑자기 양수가 터져 급하게 병원을 갔고, 자연분만을 시도했으나 어려워져서 수술 끝에 아이가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밀히 나의 친구는 아니고 남편 수영 동호회 회원 중 한 명인데, 임신 시기가 비슷해서 종종 연락을 하고 커피 한 잔 하던 사이. 하여 가장 가까이 사는 임산부였던 터, 그녀의 출산 소식은 나와 더 친하지만 멀리 사는 친구 소식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우리 집에서도 가까운 병원에서 바로 어제라고 하니, 정말 나도 곧이 구나. 어느 때보다도 현실감이 든다.


아침을 먹으면서 보통 라디오나 뉴스를 틀어놓던 평소와 달리 오늘은 출산용품을 둘러보는 데 시간이 다 갔다. 출산 전에 사면되겠다 싶었던 자그마한 것들, 이제 미룰 수가 없었다. 아이 엄마인 친구들이 젖병 세척, 분유 포트 연마, 아기 옷과 유모차, 카시트 세탁 등 리스트를 열거했고 냉장고나 선반, 창고, 에어컨 등 정리와 청소가 필요한 곳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로 조급해졌다.


물론 저 리스트를 다 해두어도 다 못한 것 같고 불안할 테다. 불안의 근원은 내가, 초보 부모인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일 것이다. 부모가 불안정해서야 아이가 안정적으로 클까. 출산용품도 중요하지만 남은 자유시간은 실질적인 출산과 육아에 관해 읽고 듣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더 불안하기 마련. 그래도 부족하겠지만, 최선을 다해볼게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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