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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04. 2024

삼십삼일. 데이트

김밥


 35, 36주 차쯤에 실시하는 ‘막달 검사’, 여러 가지 검사가 있던 날.

한 시간 이상의 여유를 두고 오라고 하셔서 몇 가지나 하길래 싶었는데 채혈과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는 금방 끝이 났고, 태동 검사가 약 30분 정도 이루어져서 오래 걸렸다.

 태동 검사도 특별한 것은 아니고 편안히 앉아 아가 태동을 느낄 때마다 스위치를 누르는데, 아가 컨디션과 산모의 자궁수축 정도가 함께 표시된다. 삼십 여분 동안 태동이 없으면 측정이 어려워서 배를 만져주고 말을 걸기도 하며, 다음 주에도 할 것이기 때문에 초콜릿우유를 챙겨 오라고 하신다. 옆에 다른 산모가 없어서 남편도 함께 태동 검사를 하는데 옆에 앉아있었는데, 역시나 우리 남편은 잠깐 배를 문질러 주기만 할 뿐, 다정하게 배에 대고 말은 못 한다. 다행히도, 오늘 우리 아가는 적당한 움직임을 보여 남편이 초콜릿우유를 사러 편의점에 갈 일은 없었다.


지난번 검진 이후 겨우 일주일이 지났지만 체감으로는 아기가 더 묵직해졌다. 수치상으로는 나도 아가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이제 길어진 태아의 다리와 척추는 좁은 자궁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꿀렁’하는 느낌으로 느리지만 강해졌다. 접히는 무릎 부분이 움직이면 쿡 찌르듯 아프기까지 해서, 남편과 얘기하다 ‘윽’ 소리가 절로 날 정도.


몸은 무겁지만 진료 후 바깥나들이에 나섰다. 있는 재료로 간단히 싼 김밥을 가지고 공원에 앉아 먹으니, 역시 집에서 먹는 것보다 두 배는 맛있어진다.

남편과 둘이서 가지는 시간을 더 만들고자 굳이 병원 가기 전에 김밥을 말고 과일을 씻어 담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우적우적 잘도 먹더니 십 분만에 식사를 끝낸다.

나중에 우리 아들은 나랑 데이트를 좀 오래 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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