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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06. 2024

삼십이일. 양육

수제비


그동안 육아 관련  프로그램은 거의 안 보고 살아왔다. 많은 육아, 아동심리 전문가의 동영상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즐비하고, 내 주위 사람들은 꽤 많이 시청을 하지만 그동안은 나와 크게 관련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 이제야 슬슬, 내 친조카들을 종종 봐왔음에도 내 아기가 태어나려고 하니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아니 오히려 언니가 조카들을 쉬운 육아방식이란 것은 없음을 증명해 보이듯 기르는 것을 보고 나는 조금 뒷걸음질 쳤다는 게 맞다. 해외에 있던 나보다 더 자주 더 어릴 때부터 조카들을 본 내 남동생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고민해보고 싶다고, 큰누나 보니까 ‘어떻게든 되겠지’해서 낳으면 안 된다며. 백번 맞는 말, 정보와 아이템이 늘어나는 만큼 부모는 더 큰 부담과 혼란을 겪게 된다.


 임신 기간 동안의 주의점이나 과정을 찾아보다가 슬슬 출산 준비와 신생아 돌보기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요즘, 역시 육아의 대모인 오은영 박사의 강의와 조언을 가장 쉽게 접하게 된다. 오늘 본 짧은 강의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가 받아온 육아법, 교육법을 매우 흡사하게 자신의 아이에게 대물림한다는 것. 꽤나 당연한 이치이지만, 누구도 자신의 부모를 선택할 수 없이 태어나는 섭리 속 다소 무기력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 공부해서 더 다양한 배움과 지혜를 가르치고 싶은 욕심인데 그 욕심보다 내게 내재한 요소들이 더 강해 육아 공부가 소용없다면?


 다복한 가정에서 자라온 이는 그 행운과 행복을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넘기며 아이와 그리고 넓게는 아이가 속한 세상에 일종의 기여를 하겠으나, 아무런 갈등과 어려움 없는 가정이 얼마나 있을는지.

 우리 집은 내 주변 친구들이 상당히 부러워할 만큼 화목한 가정이다. 내 부모님은 최선을 다해 삼 남매를 양육하려고 노력하셨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부모님이라고 아쉬움이 없을까. 초보 부모일 때는 몰랐던 것들, 그 시대에는 통용되었지만 지금은 아닌 것들, 해주기 어려웠던 것들 그리고 좋다는 걸 알았어도 해주지 못한 것들. 나와 남편은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교육의 대물림’에 일정 부분 안심 아닌 안심을 할 수 있으면서도, 우리의 부모님이 취약했던 부분을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행할 수도 있다. 가장 무기력해지는 부분이 바로 모르는 것을 모를 수도 있다는 것.

 물론 이는 비단 육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저, 육아도 노력해 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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