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리누나 May 07. 2024

삼십일일. 호칭

시폰 케이크

얼마 전 티라미수를 만들고 남은 마스카포네 치즈를 사용하려고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폭신한 시폰 케이크에 도전했다.

오렌지 제스트와 레몬즙을 넣어 마스카포네 치즈의 농밀함을 조금 중화시키고, 달걀 흰 자를 단단하게 휘핑해 공기를 잔뜩 넣어준다.

베이직한 시폰 케이크보다 진한 우유맛이 감돌아 기분좋다.


“니 또 뭐하노?”


한참 돌아가는 오븐을 스윽 보더니 남편이 물었다.


“우리 호칭 좀 바꾸자.”


동갑내기인 우리 부부는 아직까지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산다. 그러다 보니 ‘네가, 너는’이라는 어법이 나오는데 경상도 사투리를 약간 쓰는 남편이라 ‘네가’ 대신 ‘니~가’가 되어 윗지방 화법에 익숙한 나는 좋게만 들리지 않는다. 연애할 때 애칭도 따로 없었고, 여러 번 ‘자기’라는 호칭을 서로 시도(?)를 해보긴 했지만 남편도 그렇고 나도 낯간지러운 말을 못 해서 지속되지 못했고, 결혼 후에 ‘여보, 당신’도 입에 붙지 않았다. 우리끼리야 큰 문제는 없지만 양가 어른들이 계신 자리에서는 지적 아닌 지적을 받곤 했다. 결혼식 당일에 양가 어머님들과 신부 대기실에서 사진촬영을 하는데 내가 남편의 이름을 크게 불렀더니, 친정 엄마가 나중에 한 소리하셨음은 물론이다. 시어머니 계신 데 남편 이름을 그리 부르면 뭐라고 생각하시겠냐며 어른들 계실 때 특히 조심하라고.


결혼 일 년이 지나도 여전히, 편하게 서로를 부르고 있었는데 요새 그 ‘니~가‘가 거슬리는 기분은 또다시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다. 어른들이 뭐라고 하시는 건 그러려니 했는데, 매일 우리의 대화를 들을 아이가 엄마아빠가 서로 존중하는 느낌을 가지면 좋겠다. 호칭보다 어조, 태도와 행동이 존중을 더 많이 표할 테지만 호칭은 쓰는 빈도수가 높을뿐더러 아이가 잘 캐치하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를 지적하는 어른으로부터는 잔소리로 들리더니 우리 아이 생각에 행동을 바꾸려니 하고 있으니, 이래서 아이 있어봐야 철이 좀 든다고 하나 싶고.


 “그래서 어떻게 부르면 좋겠는데?”


남편은 본인은 ‘서방님’을 듣고 싶단다. 그럼 그에 상응하는 내 호칭은 뭐냐,


“임자~”


호칭 바꾸기 가능할지.

작가의 이전글 삼십이일. 양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