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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y 11. 2024

이십칠 일. 제대혈

꽃차


엄마와 태아를 연결하는 탯줄과 태반 속에 있는 백 퍼센트 아기 혈액 ‘제대혈’.

제대혈 내 조혈모세포, 줄기세포, 면역세포가 다양한 질병 치료에 이용될 수 있는데, 출생 때만 체취가능하며 필요시 부작용 걱정 없이 곧바로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깨끗한 혈액이다. 이는 부모와 형제자매 등 가족 모두 사용할 수도 있다.


임신을 한 후에도 제대혈을 몰랐다가 최근에서야 들어봤을 만큼 아직도 생소한 제대혈이다.

장점과 희귀성을 잘 알겠으나 보관 비용 그리고 실제 활용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많은 부모들이 계약을 고민하게 되는 듯하다. 25년, 40년 그리고 평생 보관으로 나누어서 계약을 하니 보험과 같다고 여겨도 무방하다. 평생 보관은 현재 약 440만 원 정도. 아기 보험이라 생각해서 월납 할 수 있는데 평생 보관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괜찮은 가격인 듯하면서도 선뜻 오케이 하기도 어려운 금액으로 다가온다. 또한 금액보다도, 한국에서는 제대혈 활용 치료가 최근 5년간 단 한건, 올 2월에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 약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화했으나 첨단재생의료 치료에 제대혈을 활용하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바이오산업은 나날이 발전하리라고 생각은 하지만 제대혈 활용과 같은 걸음으로 갈 것인지는 이 분야를 전혀 모르는 우리로서는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오늘 검진을 갔을 때 제대혈 보관에 대해 생각해 보셨냐는 선생님 물음에,


“하면 좋겠지만, 음 저희는 안 하기로 했어요.”


말씀드렸더니, 부모의 선택이지만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더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고, 가족 누구라도 쓰게 될 확률이 높다 등 다시 한번 설득하려 하신다.


”그래도 부모가 대비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아이한테 해줘야 하지 않을까 말씀드리는 거예요. “


말의 의도는 알겠지만 계약하지 않으면 아이한테 미안한 부모가 되는 것 같은 뉘앙스가 풍겨 약간 불편해졌다.


“모든 부모가 비슷한 마음이죠, 뭐든 해주고야 싶은데 확신이 안 들어서 다들 고민하시는 게 아닐까요. “


적당히 이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병원을 나섰다.

카페에서 색감이 예쁜 꽃차를 주문해 쉼을 가져본다.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또 어쩔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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