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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Nov 28. 2019

게 눈 감추듯_ 꽃게찌개

다리가 열 개여도 모자른 엄마

입맛이 다 다른 우리 삼남매가 다 좋아하는 엄마표 메뉴를 꼽자면

ㅡ물론 나는 언제나 교집합이다ㅡ

구수한 팥칼국수,

올챙이모양 김밥,

윤기 좌르르 잡채,

이스트도 없이 만드는 찹쌀호떡,

그리고 꽃게찌개.

못 하는게 없는 우리 엄마지만 이 몇 가지 메뉴들은 우리가 어릴적부터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랜만에 먹어도 그 맛이 나는 음식들.


꽃게철이 왔으니 또 그냥 넘기기 서운하셨나 보다.

시장에 들렀던 나에게 꽃게를 사오라고 하신다.

물론이고 말고요!

표고버섯이 하도 실해서 이번에 넣으신 것 말고는 다 그대로인 엄마표 꽃게찌개.

항상 이 냄비에 내시는 것도 한 몫한다.

고모할머니가 보내주신 갓김치도 씁쓸하니 맛나고,

여수에서 주문해서 먹고있는 알타리 김치가 알맞게 익었다.

유독 알타리 김치를 좋아하던 나여서, 엄마는 내가 두바이에 있을 때 꼭 챙겨 보내시기도.

카메라를 들자 아빠도 젓가락을 드신다.

그런데 아빠, 두부가 주인공이 아닌걸요.

뭐라도 돕고 싶으셨는데 마음이 급하셨다.

그제야 꽃게 한 토막 들어서 사진 찍기 기다리신다.

요새 내 사진 도우미 아부지.


이상하게도 6살 조카는 갑각류를 안 좋아한다.

갈치구이는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엄마는 손주를 위해 갈치도 몇 토막 따로 구우셨고

ㅡ내리사랑은 끝이 없다ㅡ

아쉽게도 정작 게는 살이 별로 없었다.

그치만 게에서 베어나온 국물과 그것이 스며든 무와 양파, 두부로 충분하다.

없는 살이어도 양 손으로 열 개의 게 다리를 다 쪽쪽 먹고 있는 우리.

꽃게찌개를 먹으면 식사시간이 한 시간은 기본이 된다.


딸아들 말도없이 열심히 게를 헤집고 있을 때

아빠는 쉬는 시간이 더 많다.

손주처럼 싫어하는 음식도 아니건만, 더 안타깝게도 아빠는 살을 잘 발라낼 줄 모르신다.

생선 뼈도 그렇고 새우껍질은 당연하다. 엄마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고 있으면 국물에 밥 말아드시기 일쑤.

엄마의 손길이 가지 않는데가 없다. 

꽃게처럼 팔다리가 열 개였다면 과연 엄마 본인의 시간이 많아졌을까,

 아니면 더 많은 일을 찾아 하셨을까.

우스운 상상을 한 꽃게찌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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