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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Nov 25. 2019

13_하나 드셔 보실래요?

으깬 단호박&칠리새우

다른 해산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동생은

새우에게만은 아주 관대하다.

그러고 보니 친언니도 새우초밥만 먹고,

아빠도 중식당 가면 칠리새우가 제일 좋으시단다.

새우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건가? 만인의 사랑을 받는 식재료가 바로 새우였다.

그러니까 새우 한 가득 넣어주겠다 오늘!


전분가루를 물에 풀어놓고 하룻밤 놔두어 아침에 물만 따라버리고 진득한 전분으로 손질한 새우를 조물조물.

그러는 동안 기름에 열을 올려준다.

아직 식구들 중 누구도 일어나지 않은 시각,

촤르르 지그르르,

새우가 튀겨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조금 지나자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니 아빠가 방문을 열고 나오시고,

눈 비비고 동생도 씻으러 나온다.


요새 튀김요리에 맛 들여서 연습 중인데, 튀김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기름에 들어가면 다 되는 줄 알았지.

두 번 튀겼는데 생각만큼 바삭하게 안 돼서 실망했다.

튀김가루가 나았으려나 역시?

전날 만들어둔 칠리소스를 후룩 끓여 대기 중이던 새우들 빨간 옷 입히기.

소스는 파스타용 토마토소스 2, 두반장 1, 식초 1, 홍고추 하나, 레몬즙 1, 설탕 1/2, 마늘 2, 생강 새끼손톱만 한  블렌더에 갈아줌.

두반장에 식초가 들어가니 중식풍 냄새가 확 난다.

잘게 다진 당근과 쪽파, 양파 추가.

쌀밥에 얹어주려고 했는데 해두었던 밥이 동생이 싫어하는 날리는 밥이다.

전날 아빠랑 인도 카레 먹는다고 밥도 길쭉길쭉한 인도 쌀로 했기 때문이었다.

(까탈스러운 입맛이라니 소곤소곤)


감자를 으깨주려고 했는데 동트지 않은 베란다에서 감자를 못 찾겠다.

쪄두었던 단호박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진한 노란색에 빨간색이라 색 조합이 맘에 꼭 들지 않았지만 어쩌랴.

소스도 생각보다 너무 빨개서 무슨 고추장 소스처럼 보여.

파인애플도 같이 볶아주려고 했는데 소스가 충분히 달고 신거 같아서 그냥 2층에 후식으로 넣어준다.

여전히 남아도는 감 반 개와ㅡ익어서 연시가 되어가는 중인 건 우리 집만이 아닐 터

두바이에서 온 대추야자 잼이 든 버터쿠키로 마무리.

플러스, 오랜만에 보는 바나나맛 우유 간식.

사진 찍는데 홍시 하나 쓰윽 놔두시는 아빠.

홍시 굉장히 좋아하는 나지만 감당 못할 만큼 집에 많아서 홍시 이용하는 요리를 적극 찾고 있다.


오늘도 파이팅해, 동생.


오후 한 시,

"새우 좀 눅눅해지지 않았어? 단호박은 달아서 별로 안 어울리지 않아?"

대답 오길,

"칠리새우 뭐야? 맛있어서 처음으로 같이 먹던 회사 사람한테 먹어보라고 했잖아~"


소스가 다했군.


어쨌든 만족스러운 피드백은 다음 도시락 할 맛 나게 한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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