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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Nov 19. 2019

12_뉴요커가 아니어도 맛있다

햄치즈 베이글 샌드위치&곶감 호두 쌈




뉴욕에 가면

그렇게 먹을 게 많아도 수십 가지 크림치즈와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베이글 집은 꼭 갔다.


그러고보니,

동생과 함께한 일주일 뉴욕 여행 당시에도 베이글 샌드위치를 함께 먹었다. 유명한 집에서 서로 다른 맛 베이글 세 개와 커피를 사 가지고 하이라인 HighLine 에 갔더랬다. 벤치에 앉아 하나씩 까먹고 있는데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이내 서로의 말소리가 안 들릴 만큼 큰 소나기가 되었다. 우산 없이 먹던 베이글 욱여넣고 비를 피한다고 뛰었지만 절반 이상 젖어버린 기억.


감기 걸릴 만큼 쫄딱 젖었어도 신났던 그때 여행 추억 때문인지 베이글 하면 뉴욕, 뉴욕 하면 베이글이라는 공식이 내게도 생겨버린 듯하다.


베이글은 굽지도 튀기지도 않고 끓는 물에 데쳐내는 독특한 빵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지 않는 서양인들도 살짝 구운 베이글에 사족을 못 쓴다.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효모의 구수함 때문인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서 인지 어쨌거나 베이글은 만인의 아침식사.


그렇다고 대충 마트에서 파는 베이글은 성에 차지 않는다.

눈여겨보고 있던 '포비 베이글'이 광화문에 오픈하면서 꼭 가봐야지 싶었고,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하는 짧은 찰나에 들러서 베이글 두 개를 사들고 나왔다.

ㅡ가게에서 바로 먹어보고 싶다, 다음번에는.



준비해둔 건 소스뿐이다.

플레인 요구르트에 다진 마늘, 파슬리, 꿀, 마요네즈.

속재료는 햄, 에멘탈&체다 슬라이스 치즈, 맥반석 그리고 양상추.

어찌나 쫄깃한지 반으로 가르는데 힘 깨나 뺐다.

속이 이렇게 알찬 '토마토 바질 베이글'


씨겨자를 넉넉히 바르고 재료 하나씩 차곡차곡.

조금 일찍 일어났더니 중간중간 사진도 찍은 오늘.

요거트 소스 듬뿍 올려 구운 베이글 덮어 꾹꾹.

맥반석 달걀은 아빠가 대량 주문해서 그걸 이용한 것인데,

노른자가 너무 아래로 쏠려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바쁜 대로 그냥 넣었다.

그러다 보니 노른자 편중 샌드위치.

이건 플레인 베이글,

크림치즈에 생무화과를 잘라 넣어준 달달 버전이다.

반쪽 넣으면 남고 두 쪽이 들어가지는 않아서 다른 버전 샌드위치를 1/4쪽 내서 넣어준.

양 딱 좋았단다.


방울토마토로 빈틈 메워줌을 잊지 않는다.


2층에 넣어준 건 전통 한식 다과 중 하나인 곶감쌈.

엄마가 선물 받아오신 귀한 곶감, 하나 먹어보니 천국의 맛이로다.

그냥 터억 넣기에는 그 귀한 맛 폄하될까 봐

씨를 발라내 볶은 견과류, 까망베르 치즈를 넣고 돌돌 말아 하나씩 썰어내 몸값을 올렸다.

치즈 넣지 않은 건 시나몬도 톡톡 뿌렸더니 색다른 맛이다.

베이글에 넣고 남은 무화과와 사과로 남은 공간을 채워주고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우유도 함께 넣어준다.

풍미 있는 베이글에 햄, 치즈, 달걀이니 실패 할리 없는 도시락이다.


뉴욕에서만 뉴요커만 베이글 즐기리란 법 없다,

동생아 너는 나름,

서울러 Seouler





동생 출근시키고 남은 반쪽은 방울토마토를 추가해내 입으로 들어간다.

치즈가 살짝 녹게 팬에 한 번 더 구워주는 것은 당연하고ㅡ

윗 면이 너무 통통하길래 잘라주고 따로 구워 향긋한 토마토 바질향만 오롯이 느껴봤다.



이맘때쯤 뉴욕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이미 물씬한 게 도시가 들떠있을 것이다. 대도시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다 좋아하니까 난 안 좋아하고 싶은데 뉴욕은 참으로 매력이 있다.


베이글 샌드위치 하나 만들다가

뉴욕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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