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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Dec 09. 2019

15_메인과 사이드의 자리

데리야끼 고등어구이



여러 가지 고기반찬 해봤으니 생선 한 번쯤, 괜찮지?

동생은 엄청 반기는 눈치는 아니지만, 싫어하는 반찬까지는 아니라 끄덕끄덕.


연어가 아무래도 맛도 색감도 좋아서 도시락 하기 좋은데ㅡ한 마디로 사진 찍기 예쁜데ㅡ

냉동실에 고등어가 많네.

보통 얼큰하게 찌개로 끓이거나 식용유에 구워 먹는 정도의 고등어,

달달한 거 좋아하는 동생이기도 하니까 데리야끼 소스를 끼얹는 구이를 해보기로 했다.

맛간장 반 컵과 물 반 컵을 더해 생강 한 톨, 설탕 한 스푼 그리고 사케는 없으니 화이트 와인 반 컵을 넣고 끓여 소스를 만들어두고 굿나잇.


알람이 울린 새벽 6시 30분.

해동해둔 고등어를 밀가루 얇게 발라 달군 팬에 노릇노릇 굽는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준비해 둔 데리야끼 소스를 끼얹어 바글바글,

고등어가 소스를 거의 다 머금었을 때 올리고당 한 스푼으로 윤기를 내준다.

고등어가 한 김 식을 동안 큼지막한 표고버섯도 남은 소스로 구워주고

다른 팬에 스크램블 에그.


흑미밥 위에 하나하나 정리해주기.

절여놓은 오이와 방울토마토가 허전함을 달래주고, 실고추가 살짝 고명.


사실 생각했던 것만큼 예쁘게 정리가 안 되는 조금 난잡한 도시락이었다.

스크램블도 흰 달걀이 조금 많아서 희끄무레하고

표고버섯이 메인인 고등어 크기와 비슷해서 메인이 조금 가려진 . 


메인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거기에 사이드가  역할을 못하면 전체적인 균형을 잃는   자그마한 도시락에서도 통한다. 뭐가 메인이고 뭐가 사이드인지 분명해야 받아들이는 이가 “제대로즐길  있다.


매 번 뭔가 아쉬운 점이 남네.

원래 함께 넣어주려 만든 미니 치즈케이크가 있었다.

치즈케이크용 몰드가 없어서 소주잔이랑 요거트통을 이용했는데 이런, 빠지질 않더라.

할 수 없이 요거트통 그대로 따로 봉지에 담아 함께 넣어줬다. 모양 빠지게. 도시락의 폼생폼사.

그래서 2단이 비어 아쉬운 대로 얼른 귤 하나 반 가르고 청포도 몇 알, 요구르트도 주섬주섬.


벽에 두고 찍으니 색감이 좀 사는듯한데~ 햇빛 없는 시간에 찍으려니 어렵다.


몇 시간 지나서 먹으면 고등어가 약간 비릴까 걱정했는데

생강 넣은 소스 덕분에 그럭저럭 괜찮았나 보다.

그런데 이보다는 사진도 안 찍은 치즈케이크가 인상적이었단다.




그런데 그 냄새가 그렇게 좋았니,

퇴근하고 와서 도시락통 안 꺼내놓고 다음날 빈 통 그대로 출근했다.

이틀 묵은 생선 냄새가 뚜껑을 열자마자 진동,

하필 생선 반찬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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