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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Dec 29. 2019

18_성탄절 에디션, 메리 크리스마스!

돼지고기 소보로 덮밥 & 브로콜리 트리 장식

크리스마스 주를 맞이하여 준비한 테마 도시락.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찾아보았는데 

잘한 건 너무 전문가 솜씨라 따라 할 엄두가 안 나고

너무 귀여운 건 아이 도시락 같으니 회사 점심시간에 꺼내기 좀 민망할 것 같고.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우니까, 나름대로 고안한 성탄절 에디션.


아무리 모양이 중요한 도시락이지만 맛없으면 안 되니까,

갖은양념으로 볶은 돼지고기 소보루를 먼저 만들어 식힌 뒤 깔아준다.

(다진 마늘, 청장과 양조간장 한 큰 술 씩, 설탕 반 수저, 참기름 한 수저, 고춧가루 약간)

덮밥이라 했지만 사실은 거꾸로 덮밥이다.

밥 위에 트리를 장식할 거라서 고기 위에 밥을 올린다.

트리 모양 쿠키 틀로 자리를 잡아서 안쪽 밥을 살짝 더 눌러서 공간을 만들어준다.

브로콜리 잎을 꼼꼼히 메워준다.

빨강 노랑 파프리카를 세모 세모 잘라서 장식해주고

달걀 흰 자로 별 달아줬다.

소시지로 양말 모양을 만든 건데 어설픔.


사실 아주 심플하게 트리만 하려고 생각했는데 허전한가 싶어 자꾸자꾸 올려보게 되는 욕심.

소시지 남은 거랑 달걀노른자 남은 거까지 알뜰하게 예정에 없던 장식을 하는데,

역시 원래 생각대로 트리만 할 걸 그랬나...


보호차 랩을 한 번 씌워주고,

디저트는 정말 어렵다...

이건 뭐 그냥 마시멜로에 눈만 붙이고 딸기 꽂은 정도.

안 되니까 초코볼을 그냥 쏟아 넣어 버렸다.

나도 올라프나 루돌프 이런 거 만들고 싶었는데. 

마음은 그렇다고.

초콜릿 템퍼링도 제대로 못해서 초콜릿 입은 딸기도 망쳐버렸다.

얼마나 섬세한 작업인지, 디저트란!

크리스마스니까 초콜릿 드링크랑, 동생이 좋아하는 큐브 크림치즈.


데코 하는 데 시간을 한참 쏟아서 정작 고기 맛은 괜찮은지 간도 안 보고 보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생각이 나서 톡 보냈더니 다행히 'very good'

함께 점심 먹은 동료들도 너무 예쁘다며 한 마디씩 해줬다니 뿌듯.



크리스마스를 별로 챙기지 않는 우리 집이고 

특별한 약속을 잡지도 않고 조용히 지나간 이번 성탄절이지만,

도시락 한 번 싸주면서 기분을 내 봤다.

기념일이나 명절은 항상 맞이하기 전이 설레는 듯하다.

정작 당일에는 별거 없어도.




이로써 올해의 도시락은 마무리,

몇 번 싸다 보니 어느새 한 해의 끄트머리다.

신입사원 티가 조금은 벗어난듯한 동생이다.

라는 등의 말은 송년회에서나 듣고

새해에는 

편식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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