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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08. 2020

셰프의 강아지 같은 학생들

레몬 육수를 머금음 연어&완두콩껍질 퓌레


서양 요리 기초 중 하나 Court-bouillon,

코부용은 화이트 와인과 레몬, 허브를 이용해 끓인 육수로 생선을 요리하는데 쓰인다.

레시피를 봤을 때는 감도 안 잡히는 낯선 육수였는데, 끓이는 내내 와인과 레몬 향으로 상큼함이 주방 구석구석 퍼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첫 주에 이 육수를 연습했고, 이번 주에는 이를 이용해 연어를 삶는 것을 배웠더랬다. 육수의 향은 베면서 야들야들한 속살을 얻어야 한다. 그러니까 요새 다들 목숨 거는, 겉은 익고 속은 촉촉한 그 식감을 살리는 것이 이 생선 요리에도 적용된다. 연어 가운데 속살이 42도가 되면 완벽한 온도.


잘 손질한 연어 한 덩이를 담은 용기에 코부용을 조심스럽게 부어 잠기게 한 다음 랩으로 덮는다. 온도를 체크한 뒤 따뜻하게 데운 접시에 옮겨 플레이팅.

“속살의 텍스처와 색깔이 이 정도가 나와야 레어로 잘 요리한 거야.”

셰프가 포크로 살살 연어 살을 해체하며 말한다. 마법을 부리는 듯한 손놀림과 눈빛으로 플레이팅  시작. 완두콩을 데치면서 나온 콩껍질로 퓌레를 만들어 아래 깔고, 삶은 감자와 토마토 콩퓌, 파를 올려 멋진 한 접시가 탄생했다.


“자, 이제 너희가 하나씩 플레이팅하고 테이블에 놓으면 오늘 수업 끝!”

“Oui, Chef!” (네, 셰프)

테이블로 가져가는 도중, 스톱!

셰프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플레이트와 우리를 번갈아 본다.


아니, 연어 살을 그렇게 헤집지 않아도 . 속살을 보여주기 위한 거였지, 플레이팅의 일부는 아니었어, 귀여운 아그들아.”


셰프가 하면  멋있어 보였던 우리는 

포크로 하나하나 살을 해체하며 ‘멋’ 부리고 있었다.

유치원마냥 우리는 그렇게 강아지들처럼 셰프 뒤만 졸졸, 셰프 몸이  개도 모자랄 만큼 찾아대고 있다.

은은하게 퍼지는 레몬향의 부드러운 연어살과

탱탱하게 살아있는 완두콩, 감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즐겁게 마무리하는 저녁이다.  우리, 셰프 바람막이가 없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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