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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누나 Mar 16. 2020

일상에 녹아있는 프렌치 달콤함

크림브륄레

디저트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다.

그렇다고 단 걸 싫어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중독적인 달콤함을 자제하다보니 자극적인 단맛은 덜 찾게 되었달까.

생과일이나 말린 과일, 다크 초콜릿 정도가 내 일상의 달달함이었다.

습관이 되다보니 엄청난 설탕 덩어리 같기만한 케이크, 쿠키는 마치 '나쁜 녀석'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파리에 온 지 한 달째인 지금, 한 달간 먹은 디저트는 아마 지난 몇 개월 아니 일 년의 그것과 양이 비슷할 것 같다. 바게트의 나라면서 그 바게트 옆에는 항상 자그마한 케이크들이 줄지어 있는 게 프랑스다.

새벽 여섯 시에 지하철역에 들어서도면 작은 빵집에서 풍겨오는 버터향이 아침을 깨우는 게 프랑스다.

아무리 작은 동네 빵집이라도, 우리나라에서는 디저트 카페에서나 볼 법한 색색깔의 미니 케이크, 예끌레어, 타르트, 페스츄리가 있으니 매일 요녀석들을 무시하며 사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겠나.




아닌게 아니라, 학교에서 저녁반 페스츄리 반이 개강하면서 몇 일째 바로 만든 디저트들을 얻어 먹고 있다. 프랑스 대표 디저트, 숟가락으로 탕탕, 설탕 크러스트를 깨서 먹는 크림브륄레가 테이블로 배달된 날은 모두가 환호했다. 프랑스 버터와 크림이 유지방 함유량이 높다던데, 그래서인가, 깊은 지방맛에 녹은 달콤함이 엄청나다.

한 입 가득 입에 넣으니, '이래서 디저트가 필요하구나' 싶은 생각까지 들더라. 


게다가 내가 파리에 온 이유가 '음식' 아니겠나.

혈당이 조금 올라갈지라도,

엉덩이에 살이 조금 붙을지라도,

일상에 녹아있는 그들의 달콤함을 나도 살짝 맛보는 건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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