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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무 Jan 16. 2022

똑똑한 유산슬

 세상은 생각보다 매우 빠르게 변한다. 세대 간 갈등이란 것도 사실 천천히 들여다보면,  예전에는 한 가지 기술을 배워서 평생 먹고 살았다면, 과거의 지식이 예전보다 금방 쓸모가 없어지고, 지금은 지속적인 새로운 정보의 업데이트 없이는 도태되어버리는 세상이기 때문에 생긴 일 아닌가 싶다. 과거의 지식이 권위를 잃었기에,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본인들이 하늘같이 선배들을 모셨던 걸 기대하지만, 젊은 세대에겐 그런 사람은 그저 “꼰대”로 취급될 뿐, 아무런 존경과 권위를 갖지 못한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무시받는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큰소리를 내게 된다<범죄와의 전쟁>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성세대들에게는 권력과 자본이 있고, 젊은 세대들은 가진 게 없다. 아무리 똑똑한 머리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제안을 하거나 사업을 구상해도, 이를 평가하는 건 결국 기성 세대들 이란걸 알아야한다. 이를 타개하는 방법에 따라 젊은 세대들은 둘로 갈리게 된다.


어차피 곧 은퇴할 어르신들은 신경쓰지 않고, 후배들과 젊은이들의 인정을 받아 새로운 권력을 쥘 것이냐, 말년 병장이지만 어르신들을에게 고개 숙여주며 안전하게 새로운 권력을 물려받은 이후에 내 마음대로 할것이냐 이런 문제랑 비슷하다.

너 누구랑 군생활 더 오래할 거 같냐?

결국 전자는 아예 젊은 세대들에서 인정을 받고 스케일을 키우거나(제페토,로블록스), 후자같은 경우 기성세대에 입맛에 맞는 형태의 외형을 갖춘 희한한 혼종으로 생존 전략을 짜게된다.

이 똑똑한 혼종(비하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은 신기하게도 젊은 세대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기성세대의 꼰대 마인드에 복종하는 척(?)하는 연기력과 기획력을 갖추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본인에게 가장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직장 내 생존에 최적화 된 형태인 것이라 보면 된다. 이게 가장 손쉽게 성공하는 전략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다만 뒤에서 본인은 엄청나게 피로할 것이고 정신 건강에 매우 해로운 상태이다.


최근에 일어난 여러가지 문제들을 들여다 보면,

똑똑한 혼종들의 스트레스가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면, 후배들은 더 이상 연기라도 꼰대들에게 복종하고 싶어하지 않고, 이는 계속 심화될 것이며, 본인들이 위에 복종하고 아래 눈치보는 마지막 세대로 기억될 것 이기에, 끼인 세대라며 자조하며 앞으로의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지.



그래도 병원은 사회보다 변하는 속도가 더딘 편이다. 사회에서는 이미 많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고, 병원은 이제 시작인것 같다. 외과 전공의는 3년제로 빠르게 바뀌었고, 전문의가 된 이후에 전임의를 굳이 해야 하냐는 움직임과, 전임의를 하더라도 교수가 목표가 아니라, 나에게 빨리 기술을 가르쳐줄 곳을 찾아가고, 평생 스승을 모시는 관계보다, 대학 입시때 유명 학원강의를 찾아다니듯 나의 능력을 높여줄, 그렇지만 내가 만족스럽게 일할만한 직장을 찾아서 헤메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도 그래도 원래 하던게 좋지 않겠냐며 기존 트랙을 순순히 따라오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친구들도 더러있다.


큰 병원에서도 많아진 일들을 예전처럼 몸을 갈아서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서 입원전담의나, 응급실 전담의 등의 수요도 증가하고 연봉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의 근무직종이 생기고 있으며, 기존의 트랙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전체적인 트렌드가 바뀌는 것은 아마도 몇 년 안 남았다고 본다.

미국처럼 저녁에만 와서 보는 전문의와, 대형 영리 클리닉, 컨시어지 닥터, 응급실 담당 전문의, 중환자실 담당 전문의, 수술만 담당하는 외과의사 등 여러형태로 근무는 다양화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한국의 규제때문에 쉽게 바뀔수 없겠지만, 자본의 힘과 대중의 니즈가 겹치면 못할 것도 없는 세상이 열리는 것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의료인공지능 대표 기업 루닛,뷰노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코로나 기간동안 약 배달 어플이나, 비대면 진료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의료 스타트업들의 행보가 더 활발해지고 있고,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노동을 조금씩 줄여줄 만한 스타트업 역시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더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대학병원의 전임교수는 하나의 캐릭터로 남을 것이고, 남는 시간동안 다른 일을 조금씩 하게 될 것이다(유재석과 유산슬처럼). 사실 미국의 병원들도 교수들은 하나씩 자기 사업을 하고 있지 않던가, 연구실도 펀딩을 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은 병원에 종속되어서 일한다기 보다 자기 나름의 바운더리 내에서 주도적으로 일하고 있다.

부캐의 시대 유재석과 유산슬


앞으로 기존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저 구한말의 딸깍발이 의사로 전락하게 될 지도 모른다.  무엇인가 바꾸고 싶다면, 일하는 곳, 일하는 시간, 일하는 사람을 바꾸란 말이 있듯


새롭게 시작할 타이밍이다.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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