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일하는 병동에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이 영 심상치 않았는데, 당직을 서고 나서 다음날 퇴근길에 목이 아프고 몸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자가키트에 양성, 병원에서 PCR 검사를 하고 나니 확정 판정을 받았다. 오미크론이라 예전 델타처럼 엄청나게 나쁘진 않았지만, 확실히 목이 아프고 몸살기운이 있는게 일반 감기와는 다르다 싶더니...
아픈 아내도 걱정이고 집에서 자가격리를 해야하기에 아이 넷과 분리해야하고 아이를 봐주시는 분들과도 격리해야하고 근무일정도 바꿔야하기에 여러모로 신경쓸 게 많은 한 주가 되었다.
사실 내가 근무하는 병동에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간이식 환자들도 가능한 빨리 퇴원을 시키고, 확진자 한명이 나올때마다 병실을 옮기고, 격리조치를 하고 이로 인한 보호자들의 불만사항을 달래는 일도 잦았다.이 와중에 전임의 선생도 확진되어 격리가 되는 바람에 이번 한주는 병원과 집에서 모두 쉴 틈이 없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혹여나 옮길까봐 방에서 완전 격리를 하고, N95마스크를 쓰고 화장실도 따로 쓰고, 아이들도 일단 학교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자가격리 수준의 1주를 보내고 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엄마를 안찾고 놀게 해주지라는 고민으로, 여러가지 게임도 하고(이럴 땐 다자녀가 도움이 된다), 빙고도 하고, 대학교 MT에서 하는 게임은 다 알려준 것 같다. 겨우 잘 놀리고 잘 시간이 되면 이제 부터 진짜 퀘스트가 시작된다.
“안 자려는 아이들을 재워라”
어쨌든 이번을 계기로 넷째는 아빠와 처음으로 같이 자게 되었고, 밤에 아이들을 재우는 일들이 아빠의 몫이 되었다. 역시나 아이들은 여간해서는 자려 하지 않는다. 게임과 지옥훈련(체력단련 같은 아빠가 만든 훈련 코스)한 세트를 돌리고 나도, 이들의 체력은 고갈될 줄 모른다. 그래도 불을 끄고 조용한 음악을 깔고 말도 안되는 창작동화(아빠가 의식의 흐름대로 뱉는 하이브리드 동화)를 중얼거리면 하나 둘씩 잠에 들고, 마지막까지 뛰어다니는 끝판왕 막내 아들래미를 데리고 나와, 마지막 퀘스트를 마친다.
한편으로는 아내가 그동안 몇년동안이나 아이를 재우느라 한 고생을 체험하게 되었고, 간혹 응급수술이나 마감이 임박해서 밤을 새고 들어올 때 아내는 이걸 매일 했다고 생각하니, 새삼 고마움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사실 아내는 방에 있긴 하지만 밖에서 내가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놀아주고, 엄마찾는 아이들을 달래고, 어떻게든 안자고 떼스는 아이들을 재우려고 애쓰는 소리는 다 들었을 것이라, 사실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래도 몸이 빨리 회복되어 아이들과 처음으로 분리되어 있는 시간은 몇년 만에 처음이라, 차라리 방에서 푹 쉬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아이들이 많이 커서 밤에 깨는 빈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한 두번은 3,4호기가 깨기도 하고 , 발로 찬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내가 기절해 있는 새벽동안 아내는 말없이 8년간 이 생활을 했다고 하니 참 대단하단 생각도 들고, 어쨌든 이젠 아내의 증상도 좀 좋아지고, 내일 자정이면 격리가 해제된다.
물론 일요일 당직이라 바로 근무를 나간다기에 걱정이 앞서지만, 아이가 아플때보다 아내가 아프니 여러가지로 많은 생각이 든다.
올해는 나도 앞자리가 4로 바뀐 지라 건강에 대해 더 신경쓰게 되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건강을 잘 챙겨야한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다시한번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임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