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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무 Nov 15. 2022

그리운 밤

인연

나는 사람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환자도 그렇고, 스쳐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소소한 만남도 기억하고 잊지 않는 편이다.

글쎄 쓸데없이 남들에게 관심이 많기도 하고, 그냥 파워 오지라퍼 ENFP 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여러가지 일로 바빠서 끄적일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옛 추억을 보다보니 군병원 시절 함께 지냈던 여러 동료들 생각이 난다. 생각해보면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고, 작년에 외상팀에 있어서 건너건너 다들 아는 사이기도 하고, 지금이 힘들어서 그런가…당시의 인연들이 가끔씩 그립기도하다.

아무튼 최근에 지인 환자 분이 급하게 구급차를 타고 오신다 하여 마중을 나갔는데, 구급대원 중 한명이

“혹시 이정무 대위님 아니십니까?”

라고 물어봐서 깜짝 놀랐다. 군의관 전역한지 5년이 넘었는데 대위란 호칭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찬찬히 보니 수도병원에서 간호장교로 근무했던 상철이였다. 당시에도 일도 잘하고 성실해서 군의관들이 좋아하던 친구였는데, 전역 후에는 뭐할 거냐고 했을 때 소방공무원 준비한다더니 무사히 붙어서 구급대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나 보다. 다행히 환자는 당장 큰 문제는 없어보여서 차분히 보호자 분에게 환자 상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같이 온 구급대원이 너무나 친절하게 잘 안심시켜주고 설명해주어서 안심이 되었노라고 말씀해주셨다. 역시 좋은 사람은 어디가도 좋은 사람이었나보다.


같이 온 환자를 보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나누고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잠깐이지만 너무나 반가웠고 환자를 받아야하기에 긴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이런 곳에서 다시 보게 되다니... 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하다.


가끔은 아무생각없이 형들과 동기들과 수다 떨며 메이저리그, NBA 중계도 같이 보던 그 시간과, 전투체육이라고 매일 체육관에서 함께 농구하던 동료들과의 추억, 매일 점심은 뭐먹지 고민하며 보내던 일상과 당직 때마다 아뻬를 함께하고 치킨 시켜먹던 병동 의무병들과 간호장교들...

 오늘 따라 유독 그 생각이 난다.


5년이나 흘렀는데 다들 잘 살고 있겠지?갑자기 보고싶네 다들...


1년차 때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에게 신처럼 보였던, 광민이형 세구형 용이형, 어떤 응급이 와도 다 해결해 줄 것 같은 준식&형섭옹, 분위기 메이커 재봉&주흥 형과 효근이형, 3년 룸메였던 원웅이형, 동기였던 종민

투덜이 종관이와 우리를 잘 따르던 호승&상식이, 수술방에서 항상 든든했던 언진,효민,지애,지은, 간호장교들, 병동에서 늘 힘들어하시던 주무관님과, 상철이와 란희,세령,현규,정우 등 병동 간호장교들 그리고 의무병들, 그리고 수도병원 농구부 용철,선원,덕진, 형들과 부상으로 함께 전역한 종민부터 그냥 하나하나가 다 어제 같은데 5년의 세월이 무색하다…


사람이 현재가 힘들면 과거를 자꾸 그리워 한다던데

모두가 그리운 밤이다…좋은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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