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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무 Aug 16. 2021

아이들은 죄가 없다

말 안 듣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말을 잘 안 듣는다. 

특히 4~7세 부모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소자 유치원 잘 다녀오겠습니다." 라며 등교하는 아이가 있을 리 만무하고

7시에 스스로 깨고 10시 전에 양치질하고 스스로 "아버지, 어머니 소녀 이제 일찍 잠들겠나이다" 이러는 아이도 당연히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나 유치원을 제시간에 보내기 위해 허겁지겁 달리는 부모에게 이건 꿈같은 이야기다.

일단 일어나서 씻고 옷 입히고 밥을 먹이는 것은 전쟁에 가깝고, 저녁때 숙제를 시키는 것 역시 고난의 연속이다. 

"엄마 저는 숙제를 하기 전까지 TV를 보지 않겠습니다" 이럴 리 없다.

만화에서 짱구 엄마는 진정한 슈퍼맨,,, 아니 슈퍼우먼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나의 어린 시절 역시 그랬다.

그런데 부모가 되면 왜 다들 기억을 잃는 건지, 어느새 빨리빨리 하라고 서두르게 되고 언성이 높아지고,

그러곤 밤이 되면 오늘 아이에게 너무했다고 반성을 하거나, 

" 왜 아이가 말을 안 들을까, 다 자기 위해서 하는 건데 "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도 한다.


답은 사실 명확하다.
원래 아이들은 말을 잘 안 듣는다.


"아니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데 왜 어른들은 잔소리를 하지? 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배고프지 않은데 놀던 걸 멈추고 밥을 제때 챙겨 먹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먹고 싶은 반찬이 없는데 정성스럽게 차렸으니 그냥 입 닫고 감사하며 먹어야 하는 것도 잘 모르겠고

숙제보단 TV가 재미있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혼내고 화를 내는 일이 반복되는 일은 무엇 때문일까...



사실 아이들은 죄가 없다 

그저 어른들의 인내심에 한계가 있을 뿐



아이들이 같은 행동을 해도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타이르게 되고, 한 두 번 좋게 얘기도 하고 만약 그래도 듣지 않아도 화가 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넘기게 되고


'그래 다치지 않으면 된 거지 뭐, 조심히 놀라고 해야지'


다만 직장에서든 다른 이유에서든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한 번의 행동에도 물이 가득 찬 잔에 한 방울 물이 떨어져 넘치듯 버럭 화를 내는 일이 생기게 된다.

결국 물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한 방울... 그것이 아이의 행동이 될 수도 있다

그러고 밤에 후회해봐야, 가슴에 남은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괜히 화를 냈네. 내일은 잘해줘서 풀어줘야지. 뭘 더 사줄까 등등의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될까" 구체적인 고민을 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 다른 이유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물이 가득 찬 잔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은 부모가 되는 첫 번째 길이 아닐까 싶다. 


결국 육아와 일은 같이 가야 서로가 윈윈 할 수 있기에 아무리 바빠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부부가 서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 한창 육아로 바쁠 때 아내와 항상 한 달에 한 번은 이른바 '힐링데이'를  가지기로 아내와 약속을 했다.

바쁜 도시의 삶 속에서도 서점 안의 시간은 늘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사실 별건 아니고, 아이를 봐주시는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퇴근을 최대한 빠르게 하거나, 

당직 다음날 오프를 이용해서  둘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굳이 사지 않더라도 이 책 저 책 넘겨보기도 하고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보며 

요새 어떤 책이 유행하는지도 보고 

옆에 있는 문구 코너에서 소소한 물품을 사는 것도 늘 좋은 기억이다. 


근처 익선동에 가서 골목 거리를 걷거나,

평소에 먹고 싶었던 스페인 음식점에 가기도 하고,

넓은 풍경이 있는 큰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하기도 한다

아이를 낳기 전엔 쇼핑하는 것도 좋아했기에

큰 쇼핑몰에 가기도 하지만,

늘 힐링데이를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땐 결국 손에 아이들의  예쁜 옷만 들려 있기 마련이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오랜만에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면
어느새 날이 저물고 아이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아내와 자주 가는 병원 근처 샐러드 집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선물을 양손 가득 들고 집에 도착하면 평소보다 늦어서 그런지 더 반겨주며 뛰어나와서 마중 나오는 네 아이들을 보며

'그래 이런 일상이 행복인 것을'

그렇게 힐링데이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이를 돌보느라 부부끼리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많은 부부들이 많다.

한달에 한번쯤은 둘만의 힐링데이를 가져보길...

부부에게 가득 찬 잔을 비우고 아이들을 담아둘 마음의 공간을 마련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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