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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과 훈장

선생님도 칭찬이 필요해요.

by 향기나


퇴직 후 교육공무원으로 무사히 재직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다. 학교 현장이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무탈하게 퇴임한다는 것은 하늘의 복을 받은 거라며 모두 축하해 주었다.


공무원들은 33년 이상 근무를 하면서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면 그 공적을 인정받아 퇴임 때 훈장을 받는다.


1등급인 청조근정훈장은 장관급 이상에 수여한다. 교육공무원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은 황조근정훈장으로 40년 이상 재직자에게 준다.


다음은 홍조근정훈장(38~39년 이상), 녹조근정훈장(36~37년 이상), 옥조근정훈장(33~35년 이상)이 있다.


나는 41년 재직으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황조근정훈장은 수여자인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훈장증(상장 스타일)과 훈장을 받는다. 훈장 상자에는 부장, 정장, 약장, 금장 네 가지와 기념품으로 로고가 새겨진 손목시계가 들어있었다.



41년은 나의 젊음을 모두 바쳐 아이들과 함께한 참으로 오랜 기간이었으며 인고의 시간이었다. 물론 아이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함께 성장하면서 행복한 시간 또한 많았다.


교육대학이 1980년대 초반부터 순차적으로 4년제가 되었다. 내가 다닐 때는 2년제였기에 졸업하고 그해 3월에 첫 발령을 받았을 때는 22세였다.


첫 담임으로 5학년을 가르치니 학생들과 내 나이는 10살 차이였다. 우리 반 아이들은 선생님인 내가 당연히 어른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믿고 잘 따랐다.


십여 년이 지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쯤 싸이월드가 유행하였다.


‘동창 찾기’가 번져 초임 시절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자연스레 내 나이를 알게 되었고, 아이들은 매우 놀랐다.


“아니 선생님, 지금의 내 나이보다도 더 적은 나이에 우리를 만난 거예요?”


"와! 선생님 정말 대단하셔요. 어린 나이셨는데.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쳤어요?" 모두 놀라움에 한 마디씩 거들었다.



초임 때만 해도 선생님은 존경받는 시대였다. 하지만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다.



세월이 흘러 교사의 직업 만족도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자의 반 타의 반 교단을 떠나는 명퇴자가 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나는 서이초 교사 사건으로 드러난 교실의 아픔을 절절히 통감하고 있다.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많았다. 대부분의 학부모님이 예의 있게 행동하시지만 어떤 학부모는 자신의 스트레스를 학교에 풀기도 한다.


본인의 자녀만을 생각해서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지 않는 분도 있다. 분명 본인의 아이가 잘못해서 다툼이 일어났는데 어떤 이야기도 듣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자녀만 두둔한다.


소통과 대화가 안 될 땐 해결 방법이 없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


아이가 행복하려면 엄마가 행복해야 하듯, 학생들이 행복하려면 교사가 먼저 절대적으로 행복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칭찬이 필요하다. 힘든 선생님들에게 따뜻한 한마디는 보약이며 엔도르핀이다.


행복한 선생님이 되실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의 관심과 사랑이 많아지면 좋겠다. 또한 교실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의 특단의 조치와 사회적인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이제 초임 시절의 우리 반 아이들은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 중년을 훌쩍 넘어 만나면 누가 학생이고 누가 선생님이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그 당시에는 반 아이들이 70명일 때도 있었다. 요즘 학급 학생 수의 세 배에 가깝다. 학생들이 많아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아이들은 순수하고 선생님 말을 잘 들었다. 학부모님들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협조를 잘해 주셨다.


무사히 퇴임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나의 제자들과 학부모님들께 나도 감사의 훈장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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