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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luJ Jan 12. 2024

길고 긴 캐나다 겨울

여름은 고작 3개월


추위에 적응중



개인적으로 나는 더운 나라가 익숙하고 더 좋다. 열대 사바나 기후를 지닌 아프리카 토고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대학시절에도 방학 때 마다 학회 프로젝트로 제일 더울 때 몽골과 네팔을 다녀왔다. 휴학기에는 다습한 아열대 기후인 중국 광저우에서 어학연수 6개월과 1년반의 직장생활을 했었다. 대학 졸업 후 넘어간 필리핀 역시 아열대 기후인 나라로 평균온도가 27도로 더운나라였고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까지 외노자로 일하며 살았었다. 여태 살아온 30년 중 많은 시간을 더운 나라에 적응해오다가 겨울왕국 캐나다로 넘어오게 되니 적응할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캐나다의 겨울은 우리나라에 비해 굉장히 길다. 물론 예외의 지역도 있다. 밴쿠버의 경우 바다와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에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캐나다 동부는 다르다. 12개월 중 7개월 이상이 겨울시즌일 정도로 굉장히 겨울이 길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시즌만 돌아오면 그렇게 많은 축제들이 개최되고 많은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즐기느라 어디든 북적북적하다. 하필 나는 워홀로 몬트리올을 선택했기에 긴겨울을 피하는 건 불가피하게 되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쇼핑몰에는 털모자, 귀마개, 부츠 등 방한용품들을 팔기 시작했고, 하나둘씩 구매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거리에 나가면 아직 겨울이 완전히 오지도 않았는데 겨울 부츠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패딩점퍼를 입고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본격적인 몬트리올의 겨울이 시작되면서 북적이던 거리는 한산해지고 조용해졌다. 나또한 추운 날씨 탓인지 밖으로 나가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여름이었을 때는 공원도 자주가고 야외공연도 찾아가고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겨울은 나를 집순이로 만들어버렸다. 칼바람과 꽁꽁언 바닥, 전날 눈이 내렸다면 무릎높이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까지 밖을 나갈 용기가 안나는 것이다. 장보기를 제외하면 거의 나가지 않을 정도로 활동성이 낮아졌다. 가끔 핸드폰 만보기로 걸음수를 체크하면 깜짝 놀랄때가 많다. 하루 24시간 동안 걸은 걸음 수가 1000보도 되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추운 날씨는 나를 꽁꽁 집에 묶어 두었다. 


몬트리올 겨울 클래스


겨울시즌이 되면서 날씨 뿐만이 아니라 낮 길이도 짧아졌다. 오전7시쯤 해가 뜨고 오후4시30분이면 컴컴한 밤이 되버렸다. 이렇게 금방 컴컴해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어나서 얼마 활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어둑어둑해진 바깥을 보면 굉장히 우울했다. 시간은 똑같이 주어졌음에도 낮길이가 짧아짐으로 나의 오전시간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쉬웠다. 늦잠을 자서 늦게라도 일어났다면 거의 하루를 날려먹은 느낌이라 그날은 더욱 심기가 불편했다. 마치 내가 게을러진 느낌이랄까. 캐나다의 긴 겨울을 만나니 날씨가 얼마나 삶에 중요한 요소인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해주었다. 영국사람들이 우중충한 날씨 때문에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뉴스를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도 그렇다. 겨울에 햇빛 쨍쨍한 날씨를 본다는 건 손에 꼽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밖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다보면 나와는 다르게 이 길고 긴 겨울을 즐기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곤한다. 나는 추워서 오돌오돌 떨며 어떻게든 빨리 집으로 가야지 라는 생각밖에 안한다. 반면에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추운 겨울을 나보다 잘 누리고 잘 지내는 것 같았다. 따뜻한 커피 한잔 손에 들고 지인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사람들. 눈이 펄펄 내리는 날이면 강아지들을 데리고 나와 열정적이게 산책시키는 사람들. 무릎만큼 쌓인 눈을 당연하듯 열심히 치우는 제설차 운전자들. 몸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도 추운 겨울 마실 나오는 할머니, 할아버지 등. 아직은 나는 적응기이기에 이 춥고 긴 겨울을 담대하게 받아드릴 준비가 안되있지만 서서히 추운 날씨도, 엄청난 적설량도, 짧아진 낮의 길이도 받아드릴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겨울이 자신의 최애 시즌이라면 캐나다 몬트리올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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