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Green Card, 또는 Permanent Residency) 승인이 났다. 정확히 날짜 계산을 해보면 979일, 34개월로 정확히는 2.8년, 약 3년 걸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기존의 H-1B 신분에서 영주권자로 변경되었다.
영주권 승인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나의 타임라인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동안 응원해 주고 기도해 준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모든 과정 속에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순간을 기록한다.
2024년 8월 Visa Bulletin 문호의 priority date는 12/01/21일로, 내 케이스는 조금 일찍 승인이 났다. 변호사가 맨 처음에 영주권 카드가 본인 오피스에 도착했다고 이메일이 왔었을 때, 조기 승인이 났으니 자신이 조금 더 알아보겠다고 했었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무사히 잘 나와서 다행이다. '설마 취소되려나' 하는 생각도 찰나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주어지는 마음의 확신에 금세 묻혀버렸다. 변호사와 상담해 보니 앞으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한다.
맨 처음 영주권을 받았다는 이메일을 받았을 땐 너무나도 담담했다. 신나고 기쁜 감정도 아니었고 눈물스러운 감격도 아니었으며, '오 뭐지? 된 건가?' 하는 생각이 제일 앞섰다. '이 정도로 아무렇지 않다고?', '나 왜 아무렇지 않지?' 왜냐하면 내가 너무나 기도하고 고대했던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공부하고 살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신분으로 인한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순간 실감이 나지 않았기에 담담했던 거 같다.
4년의 미국 대학 생활 동안 기회의 문들 앞에서 '신분'이라는 이 골칫덩어리는 나를 종종 낙심시켰다. 오히려 럭키빅키일수도? 낙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로 인해 긍정적인 마인드도 학습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도 믿음도 강성해졌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학부 때 국제학생은 캠퍼스에서 Work-Study program (학교를 다니면서 파트타임으로 캠퍼스에서 일을 하며 돈을 지급받는 프로그램)에 지원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공부할 만한 재력과 능력을 갖췄다는 전제를 깔고 가기 때문이다.
졸업을 하고 직장을 구할 때는, 본인이 아무리 능력이 있고 실력을 갖췄어도 So What? 신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수히 거절당하기 일쑤이다. 리크루터의 "No"는 정말 많은 candidate들 중에게 뱉은 한 단어일지라도, 그 기회가 너무나 간절한 사람에게 "No"는,, 삼켜야만 하는 쓴 약이다. 그래도 약이라 그런지, 많이 먹을수록 내성도 생기고 하도 먹다 보니 이젠 먹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되더라. 아니면 말고, 하는 여유로운 (?) 태도를 부리는 법도 배웠다.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하면 미 정부는 OPT (Optical Practical Training)라는 일할 권리를 외국인 졸업생들에게 준다. 이공계 (STEM) 전공자들에게는 3년, 비 이공계 (Non-STEM) 전공자들에게는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 안에 각자 직장을 구해야 하는 거야. 못 구하면 고국 땅 밟는 거지. 근데 회사들마다 이 OPT를 가진 외국인들은 잘 안 뽑으려 한다. 추가적인 서류 처리로 귀찮고 나중에 H-1B 추첨에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지. 또 그런 것도 있다. 일하게 될 직무는 반드시 공부한 전공과 연관이 있어야 한다.
여담이지만, 졸업 후 OPT 때 많은 인터뷰를 앞두고 혼자 A/B test를 진행했었다. 어느 방식이 나에게 미국 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줄 것인가 -
A: 비자 스폰서 필요하다고 먼저 이야기하기 (Be upfront about future visa sponsorship)
B: 마지막 인터뷰나, 오퍼 레터 받기 전에 말하기 (Wait until the final round/offer letter)
결과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였는데, 먼저 이야기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A든 B든, 나랑 맞지 않는 기회면 빠르게 지나쳐 보내고 다음 기회를 빨리 잡는 게 유리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apply 한 인터뷰의 7-80%는 줄줄이 첫 인터뷰에서 헬로~ 하고 바이~ 했다.
자, 근데 어찌해서 그런 회사를 찾고 OPT로 입사를 했다고 치자. 미국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면 H-1B를 받아야 한다.
H-1B는 최소 학사 학위 이상의 교육받은 외국인들 또는 그에 상응하는 자격을 갖춘 외국인들에게 “전문 직종”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용주가 미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임시(비이민) 비자 유형이야. 근데 이 비자가 골 때리는 게 뭐냐면, 트럼프 정부 때 추첨형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즉, H-1B를 받고 안 받고는 다시 내 실력과 능력 밖의 일이라는 것이다. H-1B를 받으려면 또 신청해야 하는 서류는 왜 이리 많으며, 회사에 눈치 보며 해달라는 부탁도 해야 하고, 나오기 전까지 아무리 일이 힘들고 상사가 이상해도 이직은 꿈꿀 수 없다.
H-1B를 엄청난 확률을 뚫고 받았다고 하자. 6년의 유효 기간이 지나면 미국을 떠나거나 아니면 영주권을 신청해 남아야 한다.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결혼, 연구, 투자, 창업, 직장, etc.) 난 감사하게도 6년의 유효기간이 소멸되기 전에 다니는 직장에서 영주권을 스폰해준 케이스이다.
공유하고 싶은 사항은 많지만, 오늘은 영주권 타임라인의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비자 관련 이야기는 여기서 이만 매듭을 지어보겠다.
외국인인 나의 시선으로 봤을 때 미국에서 비자를 받는 과정은 까다롭고 복잡하다. 반대로 자국민인 미국인의 시선에선 이 까다로움이 '당연' 할 수도 있겠다 싶다. 기축통화는 달러고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역사를 보면 마냥 정치적으로 힘이 세서 그렇다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어쨌든, 팩트만 보면), 국제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힘 있는 나라도 미국이고, 세계를 움직이는 빅 테크도 보면 미국 기업이 대다수고. 엄격한 절차를 거쳐 자국에서 일하고 살 수 있는 권리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건 어쩌면, 미국이니까 - 싶으면서도, 이민자로서의 어려움은 분명 있다. 연고도 피붙이도 없는 땅에서 공부하고, 돈을 벌고, 살아갈 권리를 얻는다는 건 결코 내가 하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해서 이 모든 과정은 겸손을 배우고 나의 욕심을 내려두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it was such a humbling experience). 3년 동안 연약한 순간들이 다분했기에 더욱 감사함을 느끼는 바이다.
그간 고생한 걸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도 기념 삼아 함께 기록해 본다. 이 글 읽는 모두 건강하시고 하는 일 잘 풀리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