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과 가치, 어느 것을 팔 것인가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by 아모르랑

XX 서적은 처음이다. 늘 한국에서 교보문고만 가다가 집 근처에 생긴 가까운 서점을 갔다.


교보문고에서 그랬듯, 서점 코너들을 돌며 내가 관심 가는 분야의 책들을 골랐다. 평소에도 책을 동시에 여러 권 일독하는 습관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이때까지만해도 몰랐다. 이 무의식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읽으려고 고른 책들



책을 고른 후, 창가에 책을 읽는 공간에 눈이 들어왔다. 일명 ‘독서 테이블'

아래와 같은 안내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보자마자 '오, 뭐가 많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슥 훑어보고 구매할 마음에 고른 책들이라 '가져다 놓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 ‘대충 읽고 안 살 건 되돌려 놔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대로 앉았는데, 따끔한 일침이 즉시 들려왔다.



“아휴.. 이거 다 판매하는 건데 여기서 이러시면 안 돼요”



미간 사이를 찡그리며 직원분이 다가오셨다.

마스크를 쓰셨는데, 난처함이라는 표현이 알맞을까,

초초한 기운이 마스크를 넘어서도 내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네?”
“이렇게 책 잔뜩 가져오시면 저희가 책을 나중에 찾을 수가 없어서 잃어버려요. 많은 손님들은 본인이 책 어디다가 뒀는지 아신다고 하시는데, 다들 안다고 착각하시고 아무 데다가 놓으신단 말이에요. 그럼 저희가 책을 찾을 수가 없어요.”
“아,, 아 네. 읽고 안 살건 가져다 놓으려고 했는데 그럼 제가 가져다 놓을까요? 가져온 위치는 기억해요. “
“다들 그렇게 생각은 하세요. 일단 한 권 고르세요. 그거 읽으실 거예요? 제가 읽으시는 거 빼고 갖고 갈게요. 어차피 한 권 밖에 못 읽잖아요, 한 번에. 완독은 삼가 부탁드려요. 아, 그리고 구기지 마세요.”



흡사 당시 내 표정



내가 사과를 전하기도 전에 많이 급하셨는지 말을 마치자마자 점원 분은 책들을 품에 앉고 자리를 뜨셨다. 어차피 구매할 생각에 여러 권 책을 가져온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다. 예기치 못함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지나가고 곧 이런 생각들이 물밀려 왔다.


'방문한 사람들이 대게 책을 구기고 제자리에 가져다 놓지 않았나?'

'완독률은 높은데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는 건가?'

'흠, 근데 난 이제 앉아서 아직 책의 목차도 구경 못했는데?‘


나의 기분이 상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왜일까,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해서 당연히 들어야 할 말을 들은 건데


책을 즉시 돌려놨더라면 듣지 않아도 될 소리를 굳이 들어서?

여러 책을 동시에 읽을 수 없게 되어서?

괜히 일반화당한 것 같아서?






정말 사소한, 일상 속 스치는 순간이었다.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누군가의 오해를 샀다.

애쓰지 않으면 으레 나 자신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되고판단하지 않나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나?' 하는 억울한 마음도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율을 어긴 것이 잘한 일은 아니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무엇을선호할까.


적어도 나에게 오늘의 경험은 교보문고와 XX 서적의 명백한 차이를 보게 해 주었다.

한 서점은 공간과 책을, 다른 한 서점은 책을 판다.

앞으로의 선택지에서 자유로운 독서와 문화 공간을 제공하는 교보문고를 택하지 않을까 싶다.


스타벅스도 공간을 판다. 설립자 하워드 슐츠는 커피 이상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나이키와 애플도 같은 철칙이다. Just Do It이라는 가치를 팔고, Think Different라는 철학을 판다.



Apple의 'Think Different' 포스터의 한 장면



나는 무엇을 팔 것인가


보이는 물건을 팔 것인가

보이지 않는 가치와 철학을 팔 것인가


모두가 가치와 철학을 팔아야 할 이유는 없다.

누군가는 물건만을 파는 게 맞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그랬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뭐가 되었든 당신에게 맞는 그 '무엇'을 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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