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첫 교통사고
이모저모..를 적기엔 글을 쓰는 현재는 10월 5일. 세부 일정을 기록하기엔 시간도 꽤 지났고 늦은 감이 있다. 7,8,9월 한 달을 각각 다른 의미로 빛냈던 이벤트를 몇 개 골라 회고하는 형식으로 써본다.
홍삼이 (내가 지어준, 힘내서 날 좋은 곳에 데려가라고 지은 붕붕이 이름) 와 첫 교통사고가 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사고 처리는 잘 되었고 나의 허리에는 무리가 왔고 지금 치료받는 중이다.
정확히는 7월 12일 저녁 6시경. 수연이와 선재랑의 저녁 약속 자리에 가고 있었던 찰나에 났다. 가는 길에 디저트도 픽업하고, 어디 잠깐 들러 회사 동료에게 전달받아야 할 물건도 있어서 마음이 급했다. 거기에 더불어 운전하면서는 핸즈프리로 통화하고 있었다. 분산된 정신, 퇴근시간이라 복잡한 차들의 질서, 신경 쓰이는 통화 - 어쩌면, 사고가 나도 놀랍지 않을 날이었다라지.
사거리에서 비보호 우회전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 건너편 신호는 빨간 불, 왼쪽은 파란 불이라 왼쪽과 오른쪽 (또는 내 앞)을 주시하며 낄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내 앞 차는 찔끔 찔끔 전진하고 있었고, 난 브레이크에서 슬쩍 슬쩍 발을 떼는 동시에 왼쪽을 주시하며 바로 앞을 보고 엑셀을 밟았는데, 그 찰나! 전진하던 앞 차가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그리고 내 차의 코는 앞 차의 엉덩이에 바로 박혔다.
급하게 통화를 끊고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나온 운전자는, 히스패닉계의 남성으로 나이는 5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였다. 여기저기 헤진 곳도 많고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자동차는 왠지 모르게 듬성듬성 구멍 나 있는 아저씨의 티셔츠와 먼지가 잔뜩 낀 슬리퍼와 닮아 있었다.
어쩔 줄 몰랐고 일단 괜찮냐고 물었다. 근데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이다 (!?)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휴대 전화를 꺼내서 클릭하는 Google Translate. 영어를 할 줄 모르나 보다 생각하고 일단, 그 사람이 할 말을 적는 동안 난 내 휴대폰을 차에서 가져와서 코 박힌 영상을 찍었다. 자동차 번호판도 남기고 부딪힌 부분도 찍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외관상의 찌그러짐은 전혀 없었고, 눈살을 찌푸려 가까이 보아야 볼 수 있는 스크래치 정도가 생겼다. 서로 License를 교환자고 제안했는데 License가 없다는 것이다. 뭐지 그럼 집에 두고 온 건가? 근데 집에도 없단다. 차 보험증을 보여달라고 했더니 자차가 아니란다. 오.. 뭐지 진짜..
"This is my cousin's car" (이거 내 사촌 자동차야) 라며 어설픈 영어를 하는데 불법 체류자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일단 번호를 교환하는데 이름이 Will Bell이란다. 스페인에서 살면서 그리고 미국에서 남미 친구들을 사귀면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 윌밸.. 뭐! 오케이 그럴 수도 있지ㅋㅋㅋ 뭔가 미심쩍었지만, 본인이 면허증도 보험 증명 서류도 없고 갖고 있는 거라곤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뿐 이니 일단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 Google Translate로 뭘 열심히 길게 적길래, 스페인어 못하는 척하며 속히 일 처리를 마무리 지으려던 나의 계획은 "¿Hablas español?" (스페인어 할 줄 아니?) 로 대화의 물꼬를 트며 무산 시켜버렸다. 되려 일 처리가 늦어지고 있고 회사 동료와 저녁 약속 자리가 있었기 때문에. 삐끗한 것 같은 허리와 동시에 머리도 지끈해지고 있었다.
자기 사촌이 영어를 하니까, 사촌이 연락을 준단다. 그 사촌과 이야기하란다. 또 미심 찍었지만, 일단 오케이! 지금 내가 영상으로 남길 수 있는 증거물은 다 남겼고, 또 현재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일단 보냈다.
사고가 난 직후 그다음 날 계속 휴대폰을 붙들고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며 물어본 결과, 굳이 보험사를 통하지 않고 둘이서 잘 해결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자리를 빌려 조 대표님, 올리뱌, 소개받은 지인의 변호사, 무녜에게 무한한 감사를..)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은
보험 처리 안 할 거면 보험사에게 굳이 알리지 마라
보험료는 사고 직후 3년 동안 인상된 가격으로 책정된다.
보험료 인상 정도는 사고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배 정도
이다. 사고 처리하는 법도 배우고,, 인생 살다보면 이런 일도 한번 겪네! 액땜했다 생각한다.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다!
아무튼,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면, 내가 먼저 윌밸에게 문자했다. 대충 괜찮냐, 어떻게 처리할 건지 생각해 봤냐는 이야기. 좀 코믹한건ㅋㅋㅋㅋ 난 스페인어로 이야기하고 이분은 영어로 답하고 계셨다. 서로 배려해서 번역기로 답변하는 중인 거임,, 서로 배려하는 고운 맘씨,, 친절한 윌밸씨,,
우리 모두 안전하게 운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