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샀다.

첫 시작은 의심

by 현재

휴직, 시간을 샀다.

덕분에 당장 쓸 돈은 줄었지만 일단 지겹게 끌려다닌 일상을 멈췄다.

덕분에 하루의 시작은 의심이다. 아니, 사실 온종일 의심한다.

'정말 이 결정이 옳았어? 적합했냐고.', '쉰다고 고쳐질까? 고치지도 못 할 거면서 그냥 돈과 시간만 허비할지도 몰라.'

고장 난 차를 고치겠다고 내버려 두면 배터리만 나가듯, 나도 그냥 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은 세 달째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실행해 버린 이상, 딱 1년만, 과부하 걸린 나를 붙잡고 세워 고쳐보기 위한 시간을 샀다.

남은 9개월,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세 달을 살아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말로 나를 달랜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시간을 낭비하기는 처음이라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웃기게도 부자가 된 기분이다.

시간 낭비라니, 나한테 이런 날이 있을 거라 생각도 해본 적 없으니까.

그래도 너무 낭비하지는 말고 천천히, 작은 것부터 찾아나가려 한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뭇잎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아졌던 때가 기억이 안 난다.

익숙한 우울과 불안이 오랜 친구인 척 매일을 함께 한다.

이젠 지겹다. 아무것이나 좋으니 어떻게 기뻐했는지 찾아야 한다.

9개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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