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불안의 연결고리에서

오늘의 나는 괜찮았다.

by 현재

휴직 후 이렇게 오래, 몇 주 간을 동네에서만 서성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나 요즘 뭘 했더라?'

쉼을 시작하자마자 끊임없이 여행을 다녔고, 기분이 꽤 나아지는 괜찮은 나날을 보냈었다.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 어째 출근할 때보다 더 바빠 보인다며 남편도 기분 좋게 웃었고.

그런데 왜?

심지어 얼마 전에는 감기를 핑계로 평생교육원까지 결석하고 말이다.

집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는 고민거리도 되지 않겠으나 멀리 나갈수록 우울함을 떨쳐냈던 나에게는 나름 비상이었고, 한 번 물꼬를 튼 생각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왜 그랬지?'

'왜 멀리까지 나가지 않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또 왜 그러지. 겨우 걸어 나와 동네 카페만 서성였네.'

'다시 가라앉고 있는 건가? 기운을 내서 나올 수 있는 거리가 이 정도뿐인가.'


스스로에 대한 분석과 그 결론을 마구잡이로 이끌어내다가 일단 케이크를 먹었다.

케이크는 맛있었지만 생각을 끝낼 만큼의 집중을 얻어 내진 못했다.

언제부터였는지 달력 어플을 확인하고 대충 3주 정도 이 상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가 온갖 분석들로 뒤섞이고 있을 때, 바람이 불었다.

생각이 멈췄다.


앉아 있던 카페의 열린 창을 통해 오늘 날씨가 얼마나 좋은 지 깨닫는다.

하늘은 얼마나 푸르고 몇 없는 구름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가로수를 흔드는 바람은 얼마나 시원한지 생각했다.

그제야 '나'에 대한 과한 분석을 멈출 수 있었다.

'어쩌면 지금 내 정신머리가 딱 동네까지만 겨우 허용하고 있는 것인가' 쓸데없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날이 좋긴 하지만 걷기에는 꽤 더운 요즘이었고, 차를 끌고 나가자니 복잡한 도로가 싫었다.

그저 날씨를 구경하고 점점 더 짙어지는 초록빛을 즐기고 싶었으니 더위와 복잡함에 질린 내가 딱 이 정도에 머물렀던 것이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비싸게 주고 산 시간을 좋은 취미에 잘 쓰고 있는데 뭐가 불안하다고 그렇게 분석을 해댔는지. 허무하고 웃긴 일이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늘만큼은 이 쓸데없는 '자기 분석'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분석을 마친 후 펼쳐질 불안한 결론을 벗어났으니까.

이 정도면 병원에서도 칭찬해 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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