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뜨거운 길을 따라

2018.01. 방콕 정원여행 - 푸타몬톤

Feb 15. 2018

방콕 근교에 나콘빠톰이라는 도시가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천 비슷한 위치에 있는 곳인데, 이 근처에 푸타몬톤이라는 곳이 있다. 지도상에는 사원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직접 돌아보면 거대한 불상이 있다는 것 빼곤 절보다는 공원에 더 가까운 곳이다.

예전에 일본 사찰 정원들을 찍었던 기억이 생각나서, 태국에서 불교랑 관계된 정원이나 공원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입구 근처부터 불상 앞쪽까지는 곧게 뻗은 길을 따라 각진 정원들이 꾸며져 있었다.

여기서도 계절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북회귀선 아래에 있지만 그래도 계절은 바뀐다.

공원 중앙에 거대한 불상이 있다. 멀리서 보면 불상 앞쪽에 타지마할 사진이 생각나는 호수가 있다.

불상 주변은 플루메리아 나무들이 담장을 이루고 있었고, 불상 바로 뒤편에 암석원이 꾸며져 있다.

불상 근처를 돌아보고, 나머지 곳들을 돌아보기 위해 외곽으로 빠졌다.

뿌리인지 줄기인지 모를 것들이 블라인드처럼 드리워진 나무들과 넓은 수로들과 호수가 눈에 띄었다. 이 곳 말고 다른 정원이나 공원에도 호수나 배가 다닐 정도로 넓은 수로가 정원 사이를 흐르고, 외부와 내부 경계를 나누는 수로가 있었다.

땅 자체가 넓어서 일본과는 달리 상당히 광활한 느낌이 났다. 넓은 호수 근처 그늘에 있으면 의외로 시원한 느낌도 있고.

넓고 긴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길이 전체적으로 기하학적이고 넓은 편이다. 근처에 캠핑장이 있는지 차들이 좀 보이더라.

공원 북서쪽에 대나무정원이 있다. 정원이라고 써놨지만 사실상 숲에 가깝다. 여러 줄기의 대나무가 한 곳에 묶여서 나고 있었는데, 멀리서 보면 그냥 나무 같다.

무더위를 제외하고는 길은 굉장히 여유로웠다. 공원이 넓어서 그런지 나처럼 걸어서 가는 사람은 없고 다들 차를 타고 움직이더라. 바람마저 거의 불지 않는 공기와 그늘에서 쉬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이다.

주목할 만한 피사체보다는 풍경 위주로 배치된 곳이고 공원 자체도 상당히 넓다 보니, 나도 한 개체나 부분에 집중하기보다는 조금 넓게 담으려 했다.

아침부터 급격히 오르던 기온이 한낮 들어 최고조에 달할 때쯤, 공원을 나왔다.

전날 갔던 룸피니 공원도 굉장히 넓었는데, 여긴 내가 걸어 다녀본 어떤 정원/식물원보다도 넓었다. 거의 3시간 가까이를 돌아다녔는데, 햇빛이 너무 따가워서 정작 찍은 사진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건기 때라 구름도 거의 없는데 길은 넓고 우리나라처럼 가로수가 빽빽하진 않아서 그늘이 적은 편이었다. 그나마 그늘에 있으면 시원하지만 햇빛이 드는 곳은 거의 태워버릴 기세로 빛이 내리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