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꽃이 있었다
예전에 해외 웹사이트에서 풍경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대한 어떤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서너 가지 큰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첫 번째로 꼽은 항목이 ‘Go Outside’였다. 원래 글 URL과 나머지 내용은 다 까먹었지만 저것 하나만큼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
보통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어떤 종류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든 제일 먼저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학부 사진 강의 초반에 나올법한 사진에 대한 기본적인 얘기부터 시작해, 복잡한 기계장치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감성적인 면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는 식이다. 하지만 내가 정원사진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갖고 작업할 시점에서, 나는 이미 기본적인 사진 촬영 관련 지식은 갖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몇몇 정원사진 관련 책에서 초반부 내용이 잘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모두가 사진을 시작하는 동기는 다르겠지만, 각자가 카메라를 사기 전에 담고 싶었던 이미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보다는 찍고 싶은 소재에 대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이미지를 찍으려면 보는 눈을 길러야 하고, 보는 눈을 기르려면 결국 피사체를 많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일단 어떤 종류의 카메라든 챙겨서 밖으로 나가면, 많은 꽃과 멋진 정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꽃과 초록을 찾아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처음에 욕심을 부려 먼 곳부터 시작했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는 가까운 곳부터 돌아보면서 때로는 해외로도 나갔다. 이미 갔던 곳은 다시 가서 자세히 못 봤던 구역을 마저 살펴보고,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가는 곳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갔던 곳이 늘어나면서 계절마다 여러 정원에 다양한 꽃들이 피는 것을 알았다. 피어나는 꽃과 잎들 중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그것들을 찍는 요령을 익혀나갔다.
그렇게 가본 곳들이 쌓이고 나서, 나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진을 만들어낸다.
1. 먼저, 내가 무엇을 찍고 싶은지를 정한다.
벚꽃을 찍고 싶다고 생각해보자.
2. 찍고 싶은 것을 정했다면, 어디를 가서 찍을지 장소를 고른다.
벚꽃으로 유명한 곳들은 엄청나게 많고, 가로수가 벚나무인 곳들도 있다. 내가 가본 곳들 중에서 익숙한 곳을 찾거나, 새로운 곳들을 찾아본다.
3. 장소를 골랐다면, 내가 찍고 싶은 것과 찍으러 갈 장소에 따라 어떤 렌즈를 쓸 것인지 정한다.
벚꽃이 피는 곳은 대부분 사람이 많다. 사람이 많고 높은 나무 위에 피는 꽃이니 최대한 망원화각 렌즈를 챙겨간다거나 하는 식으로 준비한다.
4. 나가서 사진을 찍는다.
바깥에 나가서는, 밖에서만 고민할 사항들이 있다. 사진을 어느 각도로 찍을지, 피사체를 어떤 것을 고를지, 심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선명하게끔 조절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한다.
5. 찍은 사진을 가져와서 보정할 사진을 선택하고, 선택된 사진들을 보정한다.
찍을 때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을 보완하면서, 사진을 내 느낌대로 해석한다.
6. 보정이 완료된 사진을 뽑아서 어딘가에 올린다.
7. 사진을 올리고 다음 사진을 찍기 전, 또는 틈틈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찍었는지를 살펴본다.
구도나 색상, 배경 처리 등 촬영 자체에 대한 것과, 새로운 장소에 대한 정보도 얻는다. 평소에 틈틈이 SNS 등을 살펴보며 현재 트렌드를 따라가고, 찍어볼 만한 구도나 색감을 찾아본다.
최근에서야 이러한 작업 순서를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그전에는 그냥 뭘 찍고 싶은데 렌즈는 뭘 갖고 가고 싶고 일단 나가고 하는 식으로 충동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디서 무엇을 찍을 것인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풍경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들이 차 안에서 밤새도록 해가 뜨는 것을 기다리거나, 거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항상 가방 안에 카메라를 지니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처럼, 꽃 사진을 찍으려면 결국 꽃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게 될 것이다. 국내든 해외든, 비싼 입장료를 받는 정원이든 주민센터 옆 화단이든 생각보다 주변에 꽃이 있는 곳은 많다.
이 매거진은 사진 강좌를 하겠다는 목적보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잊어버리기 전에 정리하고 그동안 소홀히 했던 것들을 다시금 신경 쓰기 위해 만들었다. 이 매거진을 통해 내가 겪어가며 알게 된 것들, 다른 사람의 책이나 사진으로부터 배운 것들을 내가 어떻게 소화해서 활용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써 내려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