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서울숲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낮은 기온이 35도인 날씨 속에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간 진심으로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도 너무 더운 날은 사진을 잘 찍진 않지만, 이번 여름은 사진을 포기할 정도로 유독 더위가 심하다. 밖으로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것도, 실내에서 글을 쓰는 것도 잘 집중이 되지 않았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한낮의 더위와 열대야가 갑작스레 누그러질 때, 한창 더운 시간을 피해 오랜만에 밖을 나섰다.
늦은 오후, 낮게 들어오는 빛이 모든 것들을 붉고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번 여름은 그래도 파랗고 깨끗한 하늘을 창 밖에서나마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날 하늘도 얇은 구름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여름에 피는 꽃들과 늦여름과 가을 사이에 피는 꽃들이 섞여 있었다.
이 더위에도 바깥은 피어날 것들이 피어났고, 계절이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해가 저물어가면서 그늘진 곳은 조금씩 푸른 끼가 돌기 시작한다.
얼마 전보다 기온이 내려갔음에도 흐르는 땀과 짙은 초록과 여름꽃은 여름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시간이 흘러, 처음 올 때보다 더 낮은 빛이 오늘 하루를 마지막으로 비춘다.
그렇게 해가 넘어간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이, 한여름이 지나고 늦여름이 온다.
Sony A7R2
Zeiss Loxia 2/35 (Biogon T* 35mm F2)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