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초록

2015.12 교토 정원여행 - 료안지

작은 서해

by 빛샘

교토에 오기 전에 어떤 곳들이 볼만하고 유명한지 찾아봤을 때, 대부분 료안지가 유명하다고 했었다. 사진들을 찾아보니 마치 어항 같은 모래 평원에 바위들이 차분히 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교토에 가면 꼭 여기는 가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아침 일찍 이 곳을 찾았다. 날씨는 맑았고, 맑은 날 아침에 보는 풍경이 꽤 괜찮을 것 같았다.


여기는 장소가 꽤 좁아 보였고, 광각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서 A7R2에 sel2470z를 끼고 갔다.





DSC01203.jpg
DSC01205.jpg


여기는 8:30이면 문을 연다. 문이 열릴 시간에 맞춰서 나갔는데, 다행히 아침이라 사람도 거의 없고 너무 한적했다. 입구에서 표를 사고, 산 표는 암석원 앞에서 내면 된다.




문이 막 열려서 그런지, 관리하는 분들은 매우 분주하게 움직였다. 암석원 안이 청소기 소리로 가득했다.



아 눈부셔 아
DSC01261.jpg
DSC01225.jpg
DSC01245.jpg
DSC01235.jpg


아침 햇살의 따스함은 참 좋았는데, 안타깝게도 해가 뜨는 방향은 정원 맞은편이었다. 강력한 플레어 때문에 사진도 제대로 찍히지 않았고 마침 햇살도 따스했기에 이 곳에서는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앉아서 감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플레어 때문에 사진은 담기 힘들었고 청소기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래도 여기에 앉아서 정원을 둘러보던 느낌은 꽤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DSC01253.jpg
DSC01248.jpg
썰물 때 파도를 보는 느낌


정원은 마치 서해와 같은 느낌이었다.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모래밭 군데군데 작은 섬 같은 바위들이 있었다. 계속 울리던 청소기 소리는 마치 강한 바닷바람 같은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새소리도 들려오고, 햇살은 강해서 마치 진짜 바다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 오래 앉아 있었다.




다음 장소를 생각해야 할 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앉아 있다가, 아까 들어오면서 지나쳤던 호수를 한 바퀴 돌고 나가기로 했다. 입구 안내판의 관람코스도 암석원을 갔다가 호수 함 둘러보고 나가라고 알려주더라고.


다행히 내가 나오자마자 가이드를 앞세운 외국인 관광객들과,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이라도 온 듯 몰려오고 있었다.


DSC01262.jpg
DSC01264.jpg



호수 한 가운데에는 섬이 있고, 암석원 입구 맞은편에 섬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DSC01275.jpg



호숫가는 숲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호수가 잘 안 보일 정도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DSC01310.jpg
DSC01309.jpg


료안지의 호수는 다른 정원의 연못과는 달리 상당히 넓었다.

바다와 같던 정원을 나와 넓은 호수를 보니 마치 바닷가를 따라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비록 조금 더 차분한 빛,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햇살은 따스했고, 바다와 같은 정원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다시 찾아갈 수 있다면, 흐린 날이나 눈 오는 날에 가보고 싶다.





LumaFonto Fotografio

빛, 샘


_

instagra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15.12 교토 정원여행 - 난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