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초록

2015.12 오카야마 정원여행 - 한다야마식물원

빗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by 빛샘

여행 일정을 길게 잡다 보면, 꼭 한 번쯤은 비가 내리는 것 같다. 내가 오카야마에 갔던 날도 비가 왔었다. 평소라면 어지간한 각오 아니면 짐이 부담되어 잘 나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행이니 이런 날들 마저도 기쁘게 받아들이고 레인커버를 챙길 수 있었다. 교토에 있었을 때는 거의 내내 맑은 날이었으니, 비 오는 정원을 찍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고라쿠엔을 보기 위해 오카야마에 갔다.

오사카에 있을 때는 그냥 흐리기만 했는데, 오카야마에 도착해 보니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밥을 먹고자 해도 11시 이전엔 대부분 가게들이 문이 닫혀 있으니 고라쿠엔을 가기 전에 다른 곳을 들르기로 했다.


오카야마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오카야마시 한다야마식물원(岡山市半田山植物園)이 있다. 오카야마역에서 재래선으로 갈아타고 호카이인 역까지 가면 된다. 1량짜리 빨간 경전철을 타고 가는데, 열차 문이 자동문이 아니라 버튼 누르고 들어가는 데서 문화컬처를 받고... 호카이인역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한다야마식물원이 나온다.


입장료가 300엔도 아니고 308엔이다. 8엔은 뭔지 모르겠다...


다행히 비는 가랑비 정도로 가늘게 내려서, 이곳에서는 A7R2에 loxia 2/35를 낄 수 있었다.








이 식물원은 산비탈에 만들어놓은 것 같다. 식물원 입구는 마치 야외공연장처럼 사방이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입구가 제일 낮고 나머지는 모두 오르막인 식이다. 마치 좁고 긴 제이드가든 느낌이 나지만, 경사진 곳은 거기보다 훨씬 더 가파르다.



DSC02034.jpg
DSC02035.jpg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한 바퀴를 크게 도는 길을 택했다. 입구 바로 오른쪽에는 장미정원과 온실이 있다. 역시나 따뜻한 남쪽 나라답게 12월에도 장미가 피어 있었다.




DSC02040.jpg
DSC02039.jpg
DSC02057.jpg



장미정원 위쪽으로 온실이 서너 개 정도 모여 있었다. 역시나 온실은 온실답게 덥다.

가뜩이나 비도 오고,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정말 없었다.



DSC02079.jpg
DSC02072.jpg
DSC02065.jpg
DSC02090.jpg
바다같아



온실 위쪽으로는 넓게 펼쳐진 정원이 있었다. 꽃이 만발했을 정원들은 대부분 민들레st 씨앗만 남겼거나, 붉게 물들어 있었다.



ㅋㅋㅋ



식물원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다. 가장 높은 지점까지 꾸역꾸역 올라가면 오카야마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DSC02163.jpg
DSC02160.jpg
DSC02169.jpg
DSC02161.jpg
DSC02060.jpg
DSC02125.jpg
DSC02130.jpg



제이드가든과 유사하게 동선이 가늘고 긴 편이다. 가장 낮은 곳과 가장 높은 곳은 엄청 차이가 심하지만, 높이가 비슷하면 길은 완만하다. 길마다 의자가 빽빽이 놓여 있어서 걷다 쉬다 하기엔 좋다.




DSC02134.jpg
DSC02110.jpg
아래로 향하는 꽃 구도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나무에 달린 꽃이 아니면 이런 광경이 흔하진 않은듯.




일본 여행 내내 어딜 가나 보이던 동백꽃은 여기에도 많았다.




DSC02124.jpg
DSC02143.jpg
DSC02177.jpg
DSC02175.jpg
DSC02220.jpg
DSC02184.jpg



길쭉하게 뻗은 길이 여러 겹으로 되어 있다. 중간에 길이 헷갈려서 다시 전망대 근처부터 시작해서 한 층씩 내려갔다. 교토나 오사카에서 보던 빽빽한 숲 느낌보다는 한적한 공원 느낌이 강한 편이었다. 정상 근처는 약간 숲 느낌이 나지만, 아래로 내려올수록 공원 느낌이 더 강해졌다.



DSC02146.jpg
DSC02150.jpg
요즘 일본 인스타 계정에는 수선화가 많이 보인다.


암석원 근처 정원들은 온실만큼이나 꽃들이 많이 보였다.



DSC02227.jpg
DSC02236.jpg
DSC02243.jpg
완만히 쭉 뻗은 길과, 길이 층층이 쌓인 풍경이 이 곳의 매력이다.


천천히 길을 따라 내려오니 다시 입구 근처로 돌아와 있었다.






오카야마/구라시키 근처를 여행한다면, 여행 일정을 여유롭게 잡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면, 조금 외진 곳이지만 여기도 괜찮을 것이다.





LumaFonto Fotografio

빛, 샘


_

instagram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15.12 오사카 정원여행 - 케이타쿠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