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뒤 조용한 정원
오래전에 언어의정원이라는 애니메이션에 관한 포스트를 읽은 적이 있었다. 포스트에 붙여진 스틸컷의 분위기가 제법 서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사카에서 갈 만한 정원을 찾던 중, 케이타쿠엔(경택원, 慶沢園)이라는 곳이 있었다. 사진들을 둘러보니 문득 예전에 봤던 언어의정원 스틸컷들과 살짝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도심 속에 혼자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호수 주위로 나무와 풀이 빽빽이 들어찬 일본식 정원이었다.
사실 저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정원의 실제 모델은 도쿄의 신주쿠교엔 국립정원이라고 하더라. 케이타쿠엔과는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어쨌든 마침 찾은 김에 여길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시텐노지부터 걸어서 10분 거리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진 않았다.
텐노지공원에는 사람이 많았다. 볼 만한 것들이 주변에 몰려 있어서 그런가 보다. 오사카시립미술관 바로 뒤에 케이타쿠엔 입구가 있었다. 입장료는 150엔이고, 주유패스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시텐노지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A7R2에 sel2470z를 끼고 갔다.
정원은 정원사 분들과 잠깐 쉬러 온 사람들 약간을 빼고는 대체로 한산했다. 입구의 넓은 모래밭을 지나면 연못이 나온다. 모래밭 쪽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넓고 시원시원했다.
이 정원은 원래 사유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정원과는 달리 사람이 살았을 것 같은 집이 있었다. 이 구역은 담벼락과 좁은 길로 다른 구역과 구분되어 있었고, 집 주변에는 다른 구역보다 좀 더 다양한 것들이 심어져 있었다.
정원 북쪽은 셔터스피드가 안 나올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이 심어져 있었다. 좁은 길은 등산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나 여기에도 폭포가 있었고, 12월이지만 모기도 있었다.
외곽길을 지나 마저 호숫가를 돌아봤다. 정원 동쪽에는 의자와 건물이 있었다. 건물이나 의자에 앉아서 보는 호수의 느낌은 입구 쪽에서 볼 때보다 더 풍성해 보였다.
한 바퀴를 다 돌고 이제 나가려는데, 조금 아쉬워서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이번에는 북쪽 숲길 말고 호숫가를 따라 돌았다.
시간이 애매해서 그런지, 내가 비수기 때 와서 그런지, 미술관이 휴관 시즌이라 그런지 몰라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비록 유료긴 하지만 잠깐 동네 공원에서 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정원을 한 바퀴 다 돌며 구석구석 의도된 모든 디자인을 느끼지 않더라도,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LumaFonto Fotografio
빛, 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