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의 변화
아라시야마에는 그 유명한 대나무숲과 함께 텐류지란 곳이 있다. 아라시야마 버스정류장 바로 근처에 있어서 숙소로 돌아가기 전 이 곳에 들르기로 했다. 사이호지에서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라서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다시 28번을 타고 아라시야마텐류지마에 정류장에 내려서 애들 기념촬영하는데 따봉 켜고 끼어드는 외국인 아저씨를 보면서 텐류지로 향했다. 텐류지 입구는 정원 구역과 사원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두 곳 모두 입장료를 따로 받는다. 사원 구역은 100엔, 정원 구역은 500엔이더라.
사원 구역은 의도치 않게 들어갔다. 일단 들어온 김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은 다 돌아보고 와야겠다 생각하고 돌기 시작했다.
사이호지에 이어서 여기서도 A7R2에 sel2470z로 찍었다.
사원 구역은 난젠인의 방장정원과 마찬가지로 건물 옆을 따라 돌며 보는 식이었다. 마치 관람열차를 타는 기분으로 돌아봤다. 난젠인의 호수나 호수 주변을 조금 더 높은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사원 구역으로 들어가야만 보이는 풍경도 존재한다.
천천히 마룻바닥을 따라 걸으며 마치 미술관을 둘러보듯 풍경을 둘러보고 나왔다. 장소는 제한되어 있으니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카메라를 높게 치켜들었다가 하면서 구도를 쟀다. 사원 구역은 전체적으로 수직과 수평에 대해 다른 곳보다 좀 많이 생각해야 했다. 눈높이 또는 눈높이보다 높은 장면을 주로 담았다.
이제 사원 구역을 나와서 정원 구역으로 들어갔다.
난젠지는 정원 입구 근처에 큰 호수가 있고, 그 둘레의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역시나 호수 주변 나무들은 다들 높고 빽빽했으며, 숲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정원의 남은 부분은 돌길과 이끼들로 채워져 있었다. 땅에 발이 닿았고, 사원구역에서보다 그만큼 더 아래에 있는 것들에 눈길이 가게 되었다.
가장자리와 정원들 사이에는 숲과 연못이 있었고, 정원들은 큰 덩어리로 묶어놓은 듯 각각의 작은 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치 엄청나게 큰 화분에 담겨 있는 분재 느낌이었다.
입구 근처의 호수를 제일 마지막으로 봤다.
호숫가는 마룻바닥 위에 서서 봤을 때는 넓고 먼 느낌이었고, 가까이 앉아서 봤을 때는 가깝고 높은 느낌이었다. 호숫가에 의자들이 좀 있어서 한동안 가만히 앉아서 호수를 볼 수 있었다. 때로는 출입금지구역 바로 앞까지 가서 쪼그려 앉아서도 보고, 멀찍이 떨어진 의자에 앉아서도 보고.
해가 어느덧 고개 너머로 완전히 넘어갔을 때쯤, 텐류지를 나왔다.
텐류지 후문은 바로 아라시야마 대나무숲길과 연결된다. 텐류지를 안 거치면 아라시야마 메인 도로에서 조금 걸어야 하더라.
그 유명한 대나무숲이라 좀 많이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숲길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다. 마치 북촌 한옥마을 느낌의 오르막길에 사람들이 앞뒤로 서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해가 넘어가버려서 충분한 셔터스피드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대나무숲길을 따라 내려가니 기차역과 호수가 나왔다.
슬슬 해가 저물어가니 12월이라고 손이 시리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텐류지 자체를 느끼려거든 정원 구역 말고도 사원 구역을 같이 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둘 다 돌아보면, 조금 더 풍부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날을 끝으로 교토를 떠나 오사카와 오카야마를 보러 갔다.
기회가 된다면 또 교토에 와서 고요하고 멋진 정원들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다시 온다면 겨울이 아닌 다른 계절에 오고 싶다.
LumaFonto Fotografio
빛,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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