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 제주 정원여행 - 한라수목원
나는 최근에 제주를 다녀왔다.
원래 목적은 수국 피는 여름을 맞아, 수국이 만발했을 곳들을 둘러보고 오는 것이었다. 여행 계획을 짜다 보니 제주도를 정원과 숲 위주로 둘러보고 싶더라. 보통 제주 하면 초록빛 바다와 한라산이나 우도 같은 곳들이 생각났었지만, 조금 더 자세히 찾아보니 제주에도 꽤 볼만한 정원들이 있었다.
하필 여행을 잡은 기간이 장마기간과 겹쳤는데, 김포에선 멀쩡하던 하늘이 제주에 오니 비를 뿌리고 있었다. 우선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정원을 둘러보기로 하고, 한라수목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비가 그쳤던 것 같은데, 수목원 입구에 도착하니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수목원 입구에서는 관광버스들이 열심히 여행객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이 궂은 날씨에.
레인커버를 끼고, 비옷을 챙긴 다음, 정원 곳곳을 돌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빗줄기가 거의 화면에 잡히지 않아서 사진만 보면 이게 비가 내리는 중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아침부터 내린 비 때문에 나무들은 모두 무거운 빛을 띠고 있었다.
양치식물원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갑자기 굵어졌다. 아직 숙소 체크인도 못한 상태라 짐도 다 들고 있는데 여기에 비옷에 레인커버라니 아...
그래도 그냥 비를 맞거나 우산을 들고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뭔가를 뒤집어쓰고 있으면 비 오는 날에도 사진을 그나마 좀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관목원 근처 숲길을 걷다 보니 여기는 왠지 오카야마시 한다야마식물원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았다. 입구에서부터 깊어질수록 점점 높아지고, 길은 정원 한 축을 관통하며 올라가게 되어있었다. 마치 좀 천천히 걸으며 숲을 느껴보라는 것 같았다.
천천히 걸으며 좌우를 살폈다. 길에서 느낌이 제법 강한 부분과, 특이한 나무와, 물방울이 맺힌 잎들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짐을 다 들고 다닌 날이라 빠른 걸음이 불가능해서, 덕분에 주변을 좀 더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가는 걸음마다 주변을 살피고, 멈춰 서서 느낌이 오는 영역을 찾는다. 지나치게 빽빽하거나, 배경과 초점 맞는 부분이 서로 덜 섞일만한 곳들을 찾아보았다.
미처 담지는 못했지만, 관목원 아래에는 인상적인 대나무 숲이 있었다.
초본원 근방에는 왕원추리 등 인상적인 주황색 꽃들이 피어있었다.
근처에 온실이 있었지만, 비옷 때문에 너무 더운지라 온실은 들어가지 않았다. 온실 스타일도 왠지 한다야마식물원과 비슷해 보였다.
수생식물원을 잠깐 들렀다가, 도외수종원 근처로 내려오니 나무들이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열대나무와 침엽수들이 섞여 있는 풍경이 제법 인상 깊었다.
그리고 이때쯤에는 치자꽃과,
수국이 피어나는 시기다.
화목원에는 수국이 길을 막을 기세로 피어있었다. 낮은 치자나무들도 꽃길을 만들고 있는데, 마치 장미 느낌이 나더라. 가급적 치자나무 꽃은 조금 가까이서, 수국은 조금 멀리서 담았다.
화목원을 한 바퀴 돌고, 교목원과 도외수종원을 다시 둘러보고 나갔다.
여긴 입장료는 없다. 여름보다는 봄철에 온다면 화목원에 더 많은 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레인커버와 컴팩트한 수동렌즈는 상성이 최악이었다. 레인커버가 중-대구경 렌즈에 최적화된 크기인 데다가, 초점링을 돌리다 보면 레인커버가 미끄러져 화각을 가리기 일쑤였다. 비 오는 날에는 적당히 큰 렌즈를 끼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더라.
수목원이 거대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길이 길쭉한 편이라 실제로는 굉장히 많이 걸었다. 거의 대부분의 곳들을 둘러봤지만, 밝기와 더위를 이유로 산림욕장과 온실들을 못 가본 것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모두 들렀다면 체크인을 굉장히 늦게 했겠지.
개인적으로, 이 곳은 35mm 화각보다는 24~28mm 화각이 좀 더 어울려 보였다.
최근 개인작업을 하다가 정원사진을 찍을 시간이 없어서, 여름휴가를 내서 제주를 다녀왔다. 사진이 많아 보정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정되는 대로 한 장소씩 올릴 예정이다.
w_ A7R2, Loxia 2/35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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