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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Jan 29. 2017

눈이 내리고, 카메라를 챙긴 날

짧은 기억

저번 겨울 동안 눈이 내렸던 날은, 공교롭게도 내가 카메라를 챙기지 않았던 날이었다. 유달리 따뜻했던 지난겨울에 왔던 눈들은 내가 카메라를 챙기러 들어가면 어느새 녹아 없어져, 마치 일기예보가 틀렸다는 듯 모두 사라져 있었다. 

일하는 날에 눈이 오면 차는 막히고 길은 질퍽해져 신발을 더럽히기 일쑤였다. 검게 타버린 눈과 소금 같은 염화칼슘이 길에 두서없이 널브러져 불쾌한 발걸음을 만들었다. 버스는 더 느려졌고,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리고 주말이면 눈은 모두 사라져 다시 회갈색 겨울빛이 나고 있었다. 


올해 첫눈도 그렇게 놓쳤다. 눈이 비처럼 내려 땅을 적시는 것을 무서워하며 길을 달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눈이 오길래 잠시 일을 미루고 밖을 나갔다. 비록 눈이 내린 정원이 내가 생각하는 겨울색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나도 눈이 내리고 쌓이는 풍경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눈이 내린 어느 날, 나는 카메라를 챙겼다. 






w_ A7R2, SEL35F14Z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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