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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Feb 07. 2017

안과 밖, 가깝고 먼 장면들

1월, 어린이대공원 식물원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사진을 찍을 일이 거의 없는 겨울이다. 어떻게든 찍을 일을 만들어보자고 겨울 정원에 대해 고민해보기도 하고, 온실을 찾곤 한다. 겨울 정원은 대체로 무성하던 풀들이 모두 관리당해 없어져 있고, 그나마 여러 해를 사는 것들과 가을의 흔적이 가득한 편이다. 겨울에도 초록을 찍고 싶다면 침엽수를 유심히 보거나 온실을 들어가야 한다. 마침 어린이대공원에 동물과 놀이기구 말고 식물원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여기를 가보기로 했다. 






시작은 가깝게 보기로 하고, 90마를 먼저 썼다. 


온실은 상당히 넓었다. 1층에는 흔한 수목원의 중남미온실과 열대온실이 있다. 일단 선인장이 많은 곳부터 돌기 시작했다. 날씨가 별로여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고, 덕분에 길이 좁았음에도 쾌적한 촬영이 가능했다. 

항상 온실에만 있는 꽃들은 여전히 여기에도 피어있었다. 

 

  



1층 구석에는 분재원이 있었다. 다른 온실보단 춥게 관리되고 있었는데, 중앙 정원을 중심으로 여러 분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크로렌즈를 먼저 끼고 있어서, 가까운 것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2층 정원은 암석원 중남미온실을 합쳐놓은 듯한 구성이었다. 조명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점을 제외하고는 흐린 하늘보다 빛이 적은 편이었다.  






마침 이날은 눈이 참 많이 왔다. 참 싫어하는 질척거리는 반쯤 녹은 눈이 생기기 딱 좋은 날씨였다. 눈이 오는 날 카메라를 잡는 운이 없었던지라, 이날은 원래 온실만 찍고 가려던 계획을 바꿔서 바깥도 찍어보기로 했다. 



 


마크로렌즈를 끼운 만큼 눈 결정을 담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날씨가 조금 따뜻해서 결정이 대부분 무너지고 엉겨 붙은 모습만을 담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갈색으로 시작한 올해 정원에 차갑고 하얀 겨울이 덮였다. 






눈은 녹는데 손은 시린 날이었다. 길도 미끄러워서 다시 온실로 힘겹게 들어와서는, 마크로렌즈를 일반렌즈로 바꿔 끼웠다. 가까운 것들에 주목하던 아까보다는 조금 멀리 보기로 했다. 





비록 낙서에 흉터가 생긴 것들이 많았음에도, 여전히 따뜻한 초록빛이 나온다. 





열대온실쪽은 키가 큰 나무가 많았다. 큰 것들이 많아서 50mm 화각이 너무 좁거나 넓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더러 있었다. 





분재원에는 물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2층 정원은 노란빛이 진하게 묻어있었다. 





2층 정원에서 열대온실 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다시 한 바퀴를 돌면서, 이 온실이 얼마나 높은 지를 느꼈다. 








나가는 길에 눈 내린 정원을 멀리서 다시 담았다. 






서울대공원에 가서 온실이 의외로 큰 것을 보고 놀랐는데, 어린이대공원도 생각보다 온실이 꽤 규모가 컸다. 촬영 가능한 공간으로만 보면 국립수목원이나 아침고요수목원과 비슷한 크기였다. 수목원만큼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있었고, 생각보다 공간이 좁고 넓은 부분들이 반복되는 느낌이라 인물사진을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온실 촬영 중에 어떤 작가분이 인물 작업을 하고 계시더라. 


보통 마크로촬영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곤해서, 마크로촬영을 한다면 다른 사진은 거의 찍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날은 왠지 모르게 가까운 장면과 먼 장면 모두를 담아보고 싶었다. 눈 오는 날 카메라를 들고나갈 수 있는 운이 내게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겨울 정원이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것을 담아보고 싶었다. 


사방이 채도 빠진 갈색으로 뒤덮이는 겨울이지만, 이런 모습도 있다. 




바깥 정원에 빈 공간이 더러 보였는데, 다른 계절에 와도 꽤 근사한 광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사진을 찍으면서 포켓몬고를 하다가 하마터면 사진을 찍는 것을 잊어버릴 뻔했다. 사실 가만히 있으면 더 추운데, 추워서 쉰다고 중간중간 포켓몬을 잡았다. 어린이대공원엔 야돈이 참 많았다. 






w_ A7R2, SEL90M28G + Loxia 2/50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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