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 제주 정원여행 - 한라수목원
예전에 제주에 정원사진을 찍으러 왔을 때는 공항에서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한라수목원부터 들렀는데, 이번에는 서귀포부터 들렀었다. 서귀포 지역에서 꽃이 가득한 정원들을 둘러본 다음날, 한라수목원으로 향했다. 마침 잡았던 숙소가 한라수목원과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9시부터 문을 연다길래,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주변에 살고 계신 분들이 운동장소로 이용하시는 듯 간간히 운동복 차림으로 빠르게 걷는 분들이 계셨다.
전날과 달리 하늘은 맑았고, 아침 빛이 정원을 뒤덮고 있었다.
길을 걷는 내내 봄이 밑에서부터 자라나고 있었다.
세 달 정도 뒤면 매우 습한 공기로 가득 찰 것이다.
작년 여름에 여길 처음 왔을 때는 산림욕장은 못 올라가 봤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동네 뒷산 오르는 느낌이었다.
겨울의 모습이 대부분이었지만, 조금씩 풍경이 바뀌어감을 느꼈다.
언덕 꼭대기에 오르니 제주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라산에서처럼 수평선이 희미하게 보이더라.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더 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몇몇 나무들은 겨울 내내 초록빛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겠지만, 이렇게 보니 마치 봄에 새롭게 돋아난 것 같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빛이 꽤 따뜻했다.
화목원 근처에는 매화가 피어있고, 여기서도 목련은 그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번에는 난전시실만 찾아서 여긴 온실이 난전시실뿐인가 했는데, 온실이 있었다.
다른 수목원에 비하면 온실이 그렇게 넓진 않고, 중남미/열대/난대 구역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진 않았다. 그럼에도 꽤 오랜만에 맑고 따스한 빛이 온실 전체를 감싼 광경을 보았다.
그렇게 겨울에서 봄으로 빛나는 아침을 담았다.
저번보다 다른 사진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처음 갔을 때 오카야마시 한다야마식물원 느낌을 재현하고자 했다면, 이번에는 못 가본 곳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이전보다 더 높고 낮은 곳에서 변화하는 광경 자체를 찍는 것에 더 집중했다.
보통 나는 늦게까지 놀고 잠을 많이 자기 위해 오후에 사진을 찍는 편이다. 오후가 빛이 더 좋기도 하고. 아침에 수목원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 본 건 처음인데, 반대편에서 넘실대는 노을빛만큼이나 이런 빛도 예쁘다고 생각했다.
한라수목원으로 오는 길은 가로수가 벚나무다. 아마도 3월 말에는 여기에도 벚꽃이 피어있을 것이다.
w_ A7R2, Loxia 2/50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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