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 제주 정원여행 - 한림공원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여행 마지막 날이 되었다. 전날 현지에 계시던 작가님의 추천으로 한림공원이란 곳을 알게 되었다. 보통 정원들의 이름이 '정원', '수목원', '식물원' 정도로 끝나길래 여기는 어떤 곳일까 싶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상효원에 들를 예정이었으나, 현지인 찬스를 받아서 한림공원으로 향했다.
여기는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있었다. 정원과 동물원, 민속촌과 동굴이 섞여있는데, 우선 입구 바로 앞의 아열대식물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높은 야자수와 낮은 관목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여기는 온실이 세 동이나 있다. 각 동마다 자라는 식물 배치가 명확히 구분되어있진 않지만,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천천히 공기를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늘 높이 핀 꽃들과 낮은 선인장들의 조합이 인상적이었다.
아열대식물원을 나와서 높은 침엽수와 야자수로 나뉜 길을 지나 초야정원에 도착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하르방들이 반기더라.
나무에서는 산수유가 피어나고, 땅에서는 초록이 돋아나고 있었다.
호수와 봄꽃이 피는 나무들의 조합이 마치 고궁에 있는 정원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직도 나는 정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마치 표준적인 한국식 정원이 보이는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지금쯤이면 여기는 엄청나게 예쁠 것이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서 세 번째 정원으로 분재원에 들렀다.
여기는 얼핏 봐서는 생각하는정원과 비슷하다 싶었는데, 분재 자체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는 생각하는정원보다 조금 더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느낌이었다.
남쪽의 정원은 계절이 한 박자 빠르게 흐른다. 지금쯤이면 목련이 만개하였겠지.
천천히 길을 걷다가, 다음 정원으로 향했다.
중간에 동물원과 동굴, 민속촌이 있었으나 비행기 시간 때문에 다 생략하고 다음 정원으로 향했다.
입구에 매화축제 기간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매화정원에는 모든 나무에 매화들이 피어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만개까지는 아니었고 1주일 정도 뒤면 굉장히 화려할 상태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섯 정원 중 가장 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연못정원은 여름에 와야 가장 화려할 것 같았다.
제법 귀엽거나 특색 있는 조형물이 배치되어 있었고, 연꽃이 꽤 많이 피어날 것 같더라.
그렇게 다섯 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니, 바로 앞이 한림해수욕장이다.
입구에서 길만 하나 건너면 바로 바다가 나와서 잠깐 보고 공항으로 향했다.
처음 제주도에 정원사진을 찍으러 가겠다고 했을 때, 나는 지도에서 '수목원', '식물원', '정원' 키워드로만 검색해서 찾아갔다. 여기는 이름이 공원이라 전혀 검색해볼 생각도 못했었고, 수학여행 장소라길래 약간 에코랜드나 서울대공원 동물원 같은 느낌일 거라 짐작했었다. 실제로 가보니 역시 현지인 말은 일단 믿고 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여행이었다.
가운데 동물원을 중심으로 각 구역이 마치 개미굴처럼 나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섯 정원 모두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고, 같은 곳임에도 공기마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깊은 고민보다는 힐끗 볼 때의 느낌 위주로 담았고, 동물원/동굴/민속촌을 모두 지나쳤음에도 다 돌고 나니 2시간 가까이 흘렀다. 제대로 보려면 반나절을 투자해야 할 정도로 상당히 동선이 길었다.
처음 계획은 2월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유채꽃밭 사진을 보고 이게 실화냐며 충동적으로 결정한 여행이었다. 그러다가 여러 정원을 둘러보고 겨울에서 봄이 이렇게 넘어간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왔다. 그동안 겨울-봄의 경계를 담은 사진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원 없이 담을 수 있었다.
마침내 봄이다.
4월 근처에 왔음에도 아직 얼핏 보면 겨울이나 늦가을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있고, 아침저녁으로는 난방을 해야 하는 날이 있다. 그럼에도 조금씩 나무 위에서 아래로, 땅에서 하늘로 풍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더 많은 꽃과 초록과 사람들이 정원을 가득 채울 것이다. 해가 길어지는 만큼 문도 더 늦게 닫을 것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올해도 여러 정원에서 변화하는 것들을 담아갈 것이다.
그렇게 내 사진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w_ A7R2, Loxia 2/50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