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백사실
3월 말이면 슬슬 서울 근처에 봄꽃들이 언제 피어날지 각을 재보게 된다. 작년에는 4월 극초반부터 벚꽃이 보였었는데, 올해는 조금 늦게 피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 여의도는 벚꽃축제가 코앞인데 벚꽃이 하나도 피질 않아서 나무축제를 할 것 같았다. 조금 더 기다린 다음, 서울에도 봄이 오는 모습을 담아보려고 백사실을 찾았다.
늘 갈색이던 풍경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아직 산수유는 열매와 꽃이 한 나무에 동시에 매달려 있었지만, 버드나무에는 초록색 무언가가 나기 시작하고, 풍경에 초록색이 조금 더 보이기 시작했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가 있고, 잎이 먼저 자라는 나무가 있다.
남쪽에서 한창 벚꽃과 산수유를 신나게 보고 오고 시간이 흘러, 여기에도 조금씩 여린 초록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닥에도 초록이 보이기 시작한다. 잔디와 온갖 잡초들이 슬슬 올라오더라.
하지만 아직까진 초록이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다. 여전히 나무에 매달린 마른 단풍과 흔들거리는 억새들이 보인다.
짙은 초록빛 소나무들 아래 옅은 초록이 조금씩 올라온다.
개나리나 벚꽃은 아직이지만, 바뀔 조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계곡 아래 길을 따라 내려오니, 아래쪽에는 목련이 만개했다.
구름같이 핀 꽃들을 따라 경복궁까지 미세먼지 속을 걸었다.
일주일 뒤, 나는 백사실을 다시 찾았다. 저번 주에 찾아갔을 때 계절이 바뀌고 있음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봄 느낌보다 겨울 느낌이 더 강했던 시점었다. 일주일 뒤면 풍경이 더 봄처럼 변해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기대대로 정류장 앞부터 이미 풍경이 달라져있었다.
드디어 서울에도 벚꽃이 피었다.
이제 벚꽃으로 유명한 곳에는 벚꽃 수만큼 사람이 있을 때다.
고작 일주일밖에 시간이 흐르진 않았는데, 풍경이 상당히 바뀌어있었다.
이제 여기도 봄이구나.
많이도 자랐다.
잎이 먼저 달리는 나무들은 이제 오랫동안 볼 초록빛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 개나리는 다음 주까지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초록이 저번 주보다 늘어났음에도, 공터 주변에는 아직도 갈색이 많다.
높은 곳에도 잎과 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곧 나무그늘이 계곡 전체를 덮게 될 것이다.
아직도 시간이 느린 나무들이 더러 있다. 모두가 똑같이 피고 시들지 않는 덕분에 한 달간 꽤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암동으로 내려가는 길 담벼락에 드디어 개나리가 만개했다.
차들은 주차하거나 지나가느라 애를 먹고,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며 웃고 셔터를 눌렀다.
겨울에서 봄, 가을에서 겨울로 풍경이 바뀔 땐 한 주가 흐를 때마다 풍경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여러 번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사진으로 시간이 흘렀음을 표현해본 적은 없던 것 같았다. 이렇게 보니 정말 봄이 자라남을 느낀다.
요즘 집 근처 버려진 화단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다. 마치 원래 잡초를 키우던 화단인 양 초록빛이 가득하더라. 바쁘게 한 주를 보내고 다시 정신을 차려 주변을 돌아보면, 다른 곳에도 초록이 주변을 뒤덮고 있을 것이다.
요즘 미세먼지가 많아서 주변 풍경이 뭔가 대비도 적어지고 색감도 차분한 느낌이다.
그냥 그런 건 보정으로 만져도 되니 더 깨끗하게 이미지를 얻고 싶다.
제 사진과 인터뷰가 에어서울 기내지인 'Your Seoul'에 실렸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에어서울 비행기를 타시면 제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w_ A7R2, SEL100F28GM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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