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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시간

4월, 물향기수목원

by 빛샘

작년보다 조금 늦게 피었던 벚꽃이 마침내 모두 떨어졌다. 4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사람들이 여기저기 벚꽃을 찾아다녔고, 나 역시도 그러했다. 아직까지 벚꽃이 남아있던 물향기수목원을 가봤다. 다른 곳보다 여기가 계절이 조금 늦게 흘러가는 느낌이라, 지금 가면 벚꽃이 아직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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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벚나무는 이제 잎이 날 시간이다. 그 와중에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던 고채도의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바람이 불면 살아있는 나뭇잎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난다. 벚꽃잎이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렸지만, 역시나 내가 카메라를 들면 귀신같이 바람이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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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진달래와 개나리는 이제 잎이 나고 있었고, 부족한 꽃은 꽃잔디나 조팝나무 같은 새로운 봄꽃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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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겨울의 흔적이 남아있는 나무에도, 조금 일찍 색을 바꿨던 나무들도 이제는 갈색보다 초록빛이 짙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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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비비추는 잎이 오르고 있고, 가을까지 피어있을 흔하게 생긴 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모두가 다음 차례를 기다렸고, 그다음 차례를 기다린다.






흩날린 벚꽃잎들은 눈처럼 바닥을 뒤덮고, 호숫가에는 수국 화분들이 놓여있었다. 이제 꽃박람회부터 장마 직후 여름까지 수국 사진이 많이 올라올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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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년 중 가장 꽃이 화려한 시간이 올 것이다.




사실 여기 벚꽃명소는 주차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보러 왔고, 이제 떨어져 가는 벚나무 아래에서 다들 쉬고 있었다. 즐거워하는 사람도, 편안해하는 사람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쉬운 느낌이 더 많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벚꽃이 떨어졌다고 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도 밤은 춥고, 녹색이 사방을 충분히 뒤덮진 못했다. 벚꽃이 진 자리 주변에는 라일락이나 철쭉같이 벚꽃 다음에 피는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이 시기가 빌딩 근처 화단이나 정원이 가장 예뻐지는 시기다.


언제나 꽃이 피고 잎이 돋아난다. 하나가 저물었다고 생각하면, 다른 하나가 피어있다. 벚꽃이 가장 예뻤던 시간을 지나, 이제 채도가 높은 꽃들이 화려해지는 시간이 왔다. 아직은 연둣빛이 더 강한 나뭇잎들도 슬슬 갈색을 지우고 보케를 만들어줄 만큼 자라날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시간들이 찾아올 것이다.






w_ A7R2, SEL100F28GM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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