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순천만국가정원
국내에서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남쪽에서 올라오는 봄을 보고, 다른 곳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올라오는 봄을 찾아보고 싶었다. 마침 개장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못 가봤던 순천만국가정원에 가보기로 하고, 아예 날을 잡아 광주랑 순천을 돌았다.
입구부터 까만 것들이 날아다니길래 자세히 보니 벌써부터 벌들이 돌아다닌다. 이제 슬슬 가까이서 사진을 찍을 땐 조심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튤립이 벌써 대기 중이다. 4월 초면은 꽤 많은 튤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긴 온실이 두 동이 있다. 하나는 동문 근처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서문 근처에 있는데 둘이 좀 거리가 떨어져 있다. 수목원이 아니라서 그런지 종의 다양성이나 구역별 명확한 식물군 구분이 있진 않았고, 4월 말에 볼 수 있는 꽃들이 있었다.
여긴 나무에서부터 피는 봄꽃 중 가장 먼저 피는 산수유와 매화가 도처에 널려있다.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내 눈 앞에 늘어진 것까지 다양한 매화와 산수유가 있었다.
입구부터 아래로 내려가면 큰길을 따라 각 나라별 정원들이 나뉘어 있다. 어떤 정원은 도저히 그 느낌이 안나는 곳도 있고, 영국정원 같은 곳은 지금은 때가 아니었으며, 일본정원은 압축률이 원본보다는 떨어지는 것 같았다.
정원들 각각의 모습은 서로 다를지라도, 모든 곳에서 봄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무들이 봄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동안, 땅에서는 풀들이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동쪽 구역을 모두 돌아보고 서쪽 구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이제 완전히 봄이었다.
정원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정말 한참 동안을 걷고 긴 다리를 또 지나서야 서쪽 구역에 도착했다. 모노레일 타는 곳 근처에 온실이 있었는데, 여기는 다른 식물원의 난대온실을 보는 것 같았다.
노랗고 빨간 꽃들이 가득했다.
곧 밖에도 이런 풍경이 가득할 것이다.
언덕 높은 곳에는 아직도 가을과 겨울의 모습이 남아있다.
문을 연 뒤로 언젠가 꽃피는 봄이 오면 가보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순천이 대중교통으로 당일에 갈 수 있는 장소는 아니라서 그동안 못가보고 있었다. 시간을 좀 더 낼 수 있게 되고, 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서야 마침내 여기를 갈 수 있었다. 국가정원이라길래 국립수목원급을 기대하고 갔는데, 역시나 규모면에서는 매우 만족했다. 다리가 아플 정도로 바쁘게 걸어 다니고, 메모리를 다 채울 기세로 열심히 찍지 않으면 여길 하루 만에 다 둘러보기엔 상당히 무리라고 생각했다. 계절에 따라 꽤 다른 모습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런데 여긴 너무 멀다. 순천을 당일로 가려면 꽤 오랜 시간 동안 깨어있어야 해서, 돌아오는 길이 상당히 피곤했다. 주말보다는 평일에 시간을 낸다면 조금 더 쾌적한 관람이 가능할 것이다.
4월이 되었으나, 아직도 주변에는 겨울의 모습이 모두 사라지진 않았다. 서울은 이제야 저 날의 모습이 주변에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남쪽은 다들 벚꽃축제 기간인데, 곧 서울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벚꽃 명소에서부터 동네 빌딩 옆 작은 화단에까지 봄으로 가득 찰 것이다.
w_ A7R2, SEL100F28GM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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