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 제주 정원여행 - 여미지식물원
제주에 오기 전에, 2월 말임에도 유채꽃이 사방에 핀 사진을 봤었다. 카멜리아힐에서 매화와 유채꽃과 다른 봄꽃들을 보니, 이제 슬슬 이쪽 정원에는 꽃이 가득하겠구나 싶었다.
중문으로 이동해서 천천히 점심을 먹고, 여미지식물원으로 향했다.
여기서는 마크로렌즈부터 꺼내 들었다. 입구부터 꽃이 가득일 것이란 기대감을 안고 바로 온실부터 향했다.
분명 4-5월에나 봤던 꽃이 피어있더라.
7월에 엄청 풍성한 광경이었던 열대온실은 봄에는 다소 옅은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열매가 달린 것들이 더러 보였다.
절대 계절을 타지 않을 것 같은 온실에도 계절은 찾아온다.
예전에는 못 봤던 꽃들이 피어나고, 무성하던 것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하늘 높이 있는 것들보다는 내 눈높이와 가까운 꽃들이 많이 보였다.
일요일 오후에 흐린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았다.
고요하고 가벼운 공기 속에, 열대식물이 잠시 쉬는 동안 난대식물들이 화려하게 피어있었다.
밖은 거의 봄 준비가 끝난 것 같았다.
자고 일어나면 다음날 아침에 봄이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바닥에는 수선화들이 열심히 올라오고 있었다.
일본정원에는 기상이변급으로 일찍 피어난 벚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저거 심지어 한창 피어나는 중이 아니라, 잎이 섞여 나서 곧 꽃잎은 떨어질 채비를 하던 나무였다.
이상한 나무 한 그루를 제외하면, 다른 나무들은 자기 순서를 잘 지키고 있었다.
매화와 산수유 다음에는, 목련과 벚꽃이 피어날 것이다.
정원 구석에는 한창 튤립들이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다 자라서 꽃을 피우기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어떤 나무는 잎부터 나고, 어떤 나무는 꽃부터 피었다. 바닥에는 계절을 착각한 꽃들도, 땅으로 올라온 지 얼마 안 되는 새싹들도 있었다.
그렇게 위에서부터 아래로, 아래에서부터 위로 봄이 시작되었다.
역시나 여길 오면 색달해변을 예의 상 들르게 된다.
바다를 보며 가만히 앉아있다가 이날 일정을 마쳤다.
서울 근교는 아직도 갈색 천지다. 억새는 아직도 바람에 나부끼고 있고, 초록색보다는 갈색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여기는 위쪽보다 한 달은 빨리 계절이 흐르고 있었다.
휴일 오후와 흐린 날씨가 겹쳐 정원은 굉장히 한산했고, 덕분에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에게만 먼저 찾아온 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w_ A7R2, SEL90M28G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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