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 축제 할로윈 데이가 다가왔습니다. 매년 10월 31일, 사람들이 유령이나 괴물처럼 꾸미고 퍼레이드를 벌이는 축제의 날입니다. 호박 속을 비워 안에 붉을 밝힌 잭오랜턴이 할로윈의 상징이죠. 어린이는 괴물이나 캐릭터로 분장을 하고 집집마다 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고요.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들 사이에 할로윈 데이를 챙기는 풍습이 퍼지는 듯합니다.
할로윈 데이에 사람들이 분장을 하게 된 이유는 자신을 악령처럼 변장시켜 악령으로부터 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초자연적 존재를 두려워하는 공포심에서 생겨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은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힌 흥미로운 연구들을 소개합니다.
사람들은 겁에 질리면 소리를 지릅니다. 그런데 이 소리는 또다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곤 하죠. 다른 소음 속에 섞여 있어도 유독 비명 소리가 사람의 마음에 꽂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 뉴욕대학의 데이비드 포펠 담화 및 언어처리 연구소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를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공포영화와 동영상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비명을 분석했습니다. 일반적인 음성은 초당 4~5㎐의 폭으로 볼륨이 변화하지만, 비명은 30~150㎐ 사이에서 빠른 변조를 나타내며 매우 거친 소리를 내는 게 특징입니다. 연구팀은 악기나 자동차, 기타 소음을 조사하며 인간의 비명과 비슷한 소리를 찾았습니다. 바로 각종 경보 및 알람 소리였습니다.
사람들이 이러한 소리를 들으면 두려움을 기억하고 처리하는 두뇌의 편도체 활동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공포심을 느끼는지를 살펴보니 소리가 더 거칠수록 사람들은 더 무섭다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듣거나 무서운 장면을 볼 때 왠지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이러한 감각도 소리와 연관이 있는데요. 여러 연구가 인간의 청력보다 낮은 20㎐ 이하의 초저주파가 기괴한 감각과 연관이 있다고 밝혀냈습니다.
초저주파는 극도의 저음파나 진동으로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청취 범위(20㎐~22㎑) 이하의 주파수를 지닙니다. 이 소리는 일반적으로는 들리지 않지만 어떤 이에게는 불안감과 공포 등 다양한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0.5~10㎐ 범위의 큰 저주파는 내이에서 전정기관이나 평형 시스템에 영향을 주기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코벤트리대학의 심리학 박사 토니 로렌스는 ‘기계 속의 유령’이라는 저서에서 초처주파를 통해 유령을 보는 환각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그가 일하는 곳은 ‘유령이 나오는 실험실’로 불리었습니다. 원인은 조용히 돌아가는 팬이 만들어내는 초저주파였습니다. 팬은 사람의 눈에 공진을 일으키는 18.98㎐의 초저주파를 발생시켰습니다.
하트퍼드셔대학의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만은 현대 음악 작품에 초저주파 음원을 적용한 뒤 관객에게 틀어줬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초저주파가 존재할 때 척추가 오싹해지고, 긴장감과 두려움이 고조되고, 불안하거나 슬픈 감정이 느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령이나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고 알려져 있는 곳에는 불규칙한 자기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영국에서 유령 궁전으로 유명한 햄튼 코트도 그중 한 곳인데요. 이러한 자기장을 이용해 두뇌에 자극을 가해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도록 한 연구가 있습니다.
캐나다의 신경과학자 마이클 퍼싱거는 두뇌의 측두엽에 다양한 전자기장을 적용하면 존재감에 대한 인식, 신의 느낌, 손 닿는 감각과 같은 잊히지 않는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측두엽은 감각, 감정 및 행동이 종합하는 곳으로 영적, 종교적 경험의 원천이 되는 뇌의 영역입니다.
퍼싱거는 동료 학자 스탠리 코렌과 개발한 코렌 헬멧을 활용했습니다. 이 헬멧은 머리의 측두엽 부분에 4개의 코일로 신호를 전달하는 블랙박스가 있어 컴퓨터에 연결됩니다. 코렌 헬멧을 직접 쓰고 측두엽에 전자기장 자극을 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마치 내 앞에 밝은 흰색 빛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강렬한 두려움과 오한을 느꼈다”, “나는 내 몸에서 빠져나가 붕 뜬 기분을 느꼈다”라고 말했습니다.
▲ 일명 ‘God’ 헬멧이라 불리는 코렌 헬멧의 원리
어렸을 적 으스스한 흉가나 폐교 체험을 한 적이 있나요? 그런 곳에 가면 흔히 켜켜이 쌓인 흰 거미줄과 먼지를 볼 수 있는데요. 또 독성 곰팡이도 있을 수 있겠죠. 초자연적인 경험은 이런 곰팡이에서 나오는 포자에 두뇌가 영향을 받아 생겨날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 뉴욕의 클락슨대학 토목 환경공학과 셰인 로저스 교수는 불가사의한 경험과 곰팡이 포자의 환각 유발 효과 사이의 관계를 관찰했습니다. 통풍이 안 되고 공기 질이 좋지 않은 오래된 낡은 건물에서 주로 유령이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데요.
기존에 보고된 대다수의 유령 체험은 독성 곰팡이에 노출된 사람들의 정신적, 신경학적 증상과 유사하다는 설명입니다. 기존에도 곰팡이에 노출된 사람들에서 기분 변화, 과잉 행동, 비합리적인 분노, 인지 장애 등 정신 증상이 보고된 바 있었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우울증과 기억력 상실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귀신을 봤다는 증언을 얻은 여러 건물에서 곰팡이 샘플을 채취한 뒤, 초자연적인 활동이 없는 건물에서 채취한 곰팡이 샘플과 비교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실내 공기 곰팡이인 검은 곰팡이(Stachybotrys chartarum)에 노출된 쥐의 뇌에 염증과 기억 상실, 불안과 두려움이 증폭됐습니다.
▲ 이 연구는 아직 진행 중으로, 연구팀은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미국 뉴욕 오그덴스버그의 프레드릭 레밍턴 미술관, 뉴욕 박물관 등의 공기 품질을 측정할 계획입니다.
● 당신의 뒤에 누군가가 있는 듯한 로봇
유령이나 귀신을 접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자신 외에 누군가가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신경학자 기울리오 로그니니는 이러한 특별한 ‘존재감’을 로봇으로 구현해 봤습니다. 연구팀은 누군가 있는 듯한 오싹한 경험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단서를 제기해주면서 의식의 흐름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비밀을 파헤칠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것은 유령 체험을 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입니다.
연구팀은 사람의 손, 등, 허리 부위에 집게손가락처럼 자극하는 두 로봇 팔을 실험 참가자 앞, 뒤에 각각 배치했습니다. 실험 참가자가 콕 찌르는 동작을 하면, 로봇은 그의 등 뒤에서 똑같은 동작으로 콕 찌릅니다. 이때 실험 참가자의 움직임과, 등 뒤 로봇 움직임 사이에 0.5초의 시차를 두고 실험을 진행하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이 등 뒤에 다른 누군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유령을 만난 듯한 두려움이 들어 실험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자신의 동작과 로봇 팔 동작 사이 시차로 인해, 뇌에서 신체 운동과 위치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그 결과 환각을 일으킨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자신의 신체적 신호의 오해로 인해 마치 유령을 만난 듯한 오싹한 체험을 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로 신경장애로 인한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 등 뒤에서 유령과 같은 환각을 경험하게 해주는 이 로봇은 정신분열증과 같은 상태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참고 및 출처
http://www.skepdic.com/infrasound.html
https://www.god-helmet.com/wp/god-helmet/index.htm
http://www.masslive.com/news/worcester/index.ssf/2015/10/got_a_ghost_break_out_the_disi.html
http://www.cell.com/current-biology/abstract/S0960-9822(14)01212-3
이종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