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최대근접 현상 2
태양계의 수많은 행성 중 화성은 인류가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행성입니다. 지구와 가까우면서 지구를 가장 닮은 행성이죠. 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달을 정복한 뒤로 화성에 외계생명체가 있는지 여부는 인류의 큰 관심사였습니다. 화성에 물이 흐르고 있다고 밝혀져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죠. 만약 화성에 생명체, 즉 화성인이 존재한다면 그 모습은 어떨까요? 신비감과 공포감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화성인의 존재는 상상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화성이 인간의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곳에 화성인이 존재할 것이란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화성은 여러 면에서 지구와 비슷합니다. 지구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면, 화성에도 누군가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죠.
화성의 하루는 약 24시간 40분으로 우리 지구와 겨우 40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또한 공전 궤도면에 대한 자전축의 경사각도가 24도로 지구의 경사각 23.5도와 놀라울 만큼 비슷하고요. 화성에는 희박하나마 대기가 존재하고 4계절의 변화가 있습니다. 다만 화성의 공전 주기가 2년에 가까운 687일이기 때문에 화성의 계절은 우리 지구보다 2배 정도 깁니다.
무엇보다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물의 존재 여부가 큰 관심사였는데요. 오랜 논란 끝에 지난해 9월 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소금물 개천이 흐른다고 공식 발표하며, 화성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화성에 물이 흐른다고 밝혀지기까지 화성인의 존재를 밝히려 했던 과학자들의 연구가 다채롭습니다. 화성인의 존재를 암시한 첫 천문학자는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호이겐스입니다. 그는 1659년 처음으로 화성의 자전주기가 약 24시간임을 추산했으며, 1672년 화성을 망원경으로 관측한 첫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어 1784년 영국의 천문학자 허셜은 화성 극관이 겨울에 커지고 여름에 줄어드는 사실을 발견했는데요. 이로 미뤄 극관이 눈과 얼음으로 구성돼 있을 거라는, 다시 말해 화성에 화성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확신을 했습니다.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는 화성 관측을 통해 수많은 직선이 가로질러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선들을 ‘수로(水路)’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카날리(canali)라 불렀습니다. 이 말이 영어로는 운하라는 뜻을 가진 커낼(canal)로 번역돼 전해지면서, 화성에는 인공적으로 파놓은 운하가 있고, 그렇다면 화성인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널리 퍼지게 됐습니다.
이즈음 세계적으로 화성에 대한 열풍적인 관심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그에 앞장선 사람은 바로 미국의 천문학자 로웰입니다. 그는 조선 말기 우리나라를 방문해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그는 화성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로웰 천문대를 세워 160개가 넘는 화성의 운하를 찾아냈고, 화성 표면의 운하가 모두 화성인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화성인의 지구 내습을 다룬 ‘우주전쟁(The War of Worlds)’이란 소설이 극화돼 방송되면서 화성인에 대한 공포가 20세기 초 지구를 휩쓸었습니다. 이 소설은 영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인 H.G. 웰스가 1898년 발표한 작품인데요. 화성이 ‘충’(opposition)의 위치에 있던 1894년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화성이 지구에 가장 접근했을 때, 즉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화성이 서로 반대 방향에 있을 때를 충의 위치에 있다고 말합니다.
내용은 미국의 천문대에서 화성 표면에서 강력한 섬광을 관측하면서 시작됩니다. 지구를 향해 떠나는 화성인들의 우주선의 모습이었던 것이죠. 문어처럼 흉측하게 생긴 화성인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당시 미디어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졌던 사람들은 방송을 듣고 화성인 침략이 사실인양 믿어서 세계가 떠들썩해지기도 했습니다.
화성에 대한 공포와 함께 사람들의 호기심은 또 다른 측면으로 튀었습니다. 1965년 미국 마리너 4호부터 화성 근접 관측에 성공해, 이후 바이킹 1호가 진출을 하는데요. 이 탐사선이 1976년 여름에 지구로 놀라운 사진 한 장을 보냅니다. 마치 사람의 얼굴과 비슷한 형상이 찍힌 것인데요. 이 사진 한 장만으로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와 다양한 주장이 생겨났습니다.
음모론자들은 이후 얼굴 형상 외에도 화성 표면 사진에서 인어공주, 전갈, 피라미드 등 다양한 모습의 바위 형태가 발견됐다고 말하며, 화성에서 이미 생명체가 발견됐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감추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NASA는 2001년 화성 정찰 위성이 촬영한 시도니아 평원의 고해상도 사진을 공개했는데요. 자세히 보면 사람 얼굴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바위 형상만 확인됩니다.
그럼에도 이 사진은 화성인의 존재가 느껴진다는 이유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미국 TV 연속극 ‘X파일’에도 이 형상이 자꾸 나타나 사람에게 충격을 준다는 줄거리가 다뤄지기도 했죠.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고 합니다. 화성의 표면에서 시각적으로 익숙한 얼굴 패턴을 찾는 것처럼, 일정한 패턴이나 의미를 찾는 인간의 지각 본능을 말하는 것이죠.
만약 화성인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최근에 방영한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TV 프로그램 이후로 화성인은 평범한 사람과 다르게 독특한 사람, 나아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게 천방지축으로 행동하는 괴짜들을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화성인이라는 용어도 왠지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오는데요. 진짜 화성에 사는 화성인의 모습은 다양한 영화에서 창의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화성인의 모습이 등장한 추억의 영화 중 대표적인 작품은 ‘화성침공’입니다. 몸집이 작지만 머리와 손발만 유난히 큰 문어 같은 전형적인 모습의 화성인이 등장합니다. 우리보다 더 발달한 생물이 있다면 이들은 머리와 손발이 크게 진화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영화 속에서 화성인들은 지구인을 머리 위에서 지배하며 농락하는 문명인으로 등장합니다. 러시모어 큰 바위에 새겨진 위인의 얼굴을 화성인의 얼굴로 바꾸고, 이스터섬의 조각들로 볼링을 하죠. 코미디 장르답게 지구를 침략한 화성인이 지구인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모습이 위협적이라기보다는 우스꽝스럽게 그려집니다.
1990년대 당시 바이킹이 촬영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화성 표면을 정밀하게 묘사한 영화 ‘토탈리콜’에서는 화성이 식민지화되어 암울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식민지는 지구와 같은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유리벽으로 외부와 차단돼 있습니다. 화성인의 모습도 돌연변이로 배척당하는 이방인의 이미지가 큽니다.
화성은 아니지만 ‘제5원소’에 등장한 외계 행성의 외계인들을 보면서 화성인이 존재한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할 만하죠. 그중에서도 무대에 올라 ‘광란의 아리아’를 부른 외계인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엄청난 테크닉과 고음의 에너지를 내뿜으며 인간을 뛰어넘는 초인적인 기이함을 선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알고 있을 강경옥 작가의 ‘노말시티’입니다. ‘마르스’라는 여자 주인공이 화성에서 자라다가 지구로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마르스는 특별한 초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양성체라는 신체적인 비밀도 갖고 있습니다. 이 만화에서 화성과 화성인은 평범한 지구에서 감당할 수 없는 능력과 알 수 없는 비밀을 갖고 있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로 그려졌습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