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최대근접 현상 1
14일 밤 화성이 지구와 최접근을 합니다. 이날 화성은 지구와 7700만km까지 가까이 다가오게 되는데요. 이러한 화성의 최접근 현상은 2018년 이후 2년 2개월 만입니다. 화성은 화성인의 존재 가능성 때문에 늘 인류의 큰 관심사입니다. 만약 화성인이 실제로 있어서 지구로 건너온다면,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날을 D-day로 선택하지 않을까요? 머나먼 화성으로부터 소행성대를 넘고 우주 공간을 건너 지구로 온다면, 과연 어떤 방법으로 올지 흥미로운 상상을 해보겠습니다.
화성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8개의 대행성 가운데에서 지구와 비교적 흡사한 환경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에 금성 다음으로 가까이 있는 별이기도 합니다. 그 화성이 2020년 10월 14일 지구에 가까이 다가옵니다.
화성과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는 2억 2790만km입니다. 화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이유는 무얼까요? 화성이 지구 궤도의 외곽을 도는데 이때 화성의 궤도가 타원 형태이기 때문에 화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매번 달라집니다.
화성은 태양을 2년 50일 정도의 주기로 일주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태양을 한 바퀴 돌기까지 1년이 걸리죠. 지구와 화성이 접근하는 때는 태양과 화성이 서로 반대 방향에 있는 ‘충’(opposition)의 위치에 있을 때, 즉 태양-지구-화성 순으로 일직선을 만들 때입니다. 바로 이 충의 위치에 화성이 왔을 때를 대접근이라 부릅니다.
충은 2년이 약간 넘는 약 26개월마다 규칙적으로 일어납니다. 15~17년에 한 번씩은 5000km 안팎으로 접근거리가 더욱 짧아지는 대접근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화성을 관측해 수많은 수로가 있음을 발견한 것도 1877년에는 화성이 지구에 8400만km까지 접근했던 대접근일이었습니다. 화성이 이렇게 지구에 가까이 다가온다니, 그날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화성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갖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1947년의 대접근 때 지구와 화성이 충돌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점쟁이를 찾고, 종교단체는 신의 심판을 기다렸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의 유일한 천문학 박사가 신문 잡지에 그럴 리가 없다는 해설기사를 쓰고, 방송까지 했었지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1939년 10월 30일, 미국에서는 CBS 방송에서 화성인이 지구를 침략했다는 방송을 하는 바람에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집을 버리고 피난을 가는 대소동이 벌어졌지기도 했습니다. 이때 방송은 화성이 지구에 대접근했던 1894년을 배경으로 화성인의 지구 침략을 다룬 H.G.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The War of Worlds)’을 극화한 것이었습니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 흥미로운 상상이나 막연한 공포심이었지만, 화성인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화성인이 존재하고 또 한 번쯤 지구 탐사 계획을 세운다면, 모처럼 화성이 지구에 가까이 다가온 이날을 선택하겠죠.
이번 대접근일에 화성인이 지구에 온다고 가정해 봅시다. 무엇을 타고 올까요? 자동차의 속도가 대략 시속 100km라고 하고 화성과 지구 사이를 직선으로 날아온다고 생각하면 대략 88년이 걸립니다. 자동차보다 10배 빠른 비행기를 타고 온다면 9년 조금 못 걸려 도착할 수 있는 거지요.
인류의 과학문명으로는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서 지구 사이의 거리를 비행하는 데 약 9개월이 걸립니다. 실제로 2012년 지구에서 보낸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는 253일간 날아 화성에 도착했습니다. 영화 ‘마션’에서 지구에 거의 다 온 탐사선이 화성으로 돌아가 두고 온 대원을 데려오는 추가 임무에 500일이 넘게 소요됐죠.
화성인이 인간을 뛰어넘는 문명과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구에 올 때도 인간의 우주선보다는 더 빠른 방법으로 오겠죠. 시간 터널인 웜홀을 만들어 그곳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우주선을 타고 올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우주선을 흔히 UFO(미확인비행물체)라 부릅니다. 그동안 지구에서 UFO가 발견될 때마다 사실인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외계인이 UFO를 타고 지구에 왔다면, 왜 지구에 와서 다른 접촉을 하지 않고 사라지는지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UFO라고 알려진 내용은 대부분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밝혀졌습니다. 대기권과 중간권, 이온권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전자기적 현상이라는 것이죠. 날씨가 바뀌거나 대기 중 전하가 변하면 UFO처럼 보이는 현상이 드물게 발생하는데,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은 드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독특하게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아주 밝은 빛을 내는 비행기나, 특이한 모양의 기구, 새떼처럼 다른 물체를 UFO로 오인한 경우도 있습니다.
화성인이 우주선 없이 지구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또 한 가지 있기는 합니다. 우주선이나 로켓 대신 운석을 타고 이동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이론을 ‘판스페르미아(panspermia)’라고 합니다. 화성인이 미생물과 같이 매우 작은 존재라면, 운석에 품어져 수십 수백만 년 동안 여행하다가 지구로 떨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약 40억 년 전쯤 화성이 지금보다 더 물이 풍부하고 따뜻했을 때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다면, 화성의 수많은 암석들이 우주로 쏟아져 나오며 그중 일부는 화성의 생명을 포함한 채 지구에 도착했을는지도 모르죠.
이렇게 따지면 화성인은 이미 지구에 도착했고, 지구 생물체의 기원은 다른 행성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죠.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우주선을 타고서도 힘들게 여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운석에 실려 행성을 오간다는 설정은 조금 터무니없이 들립니다.
판스페르미아 이론은 고대 그리스 때 처음 등장했다가 현대에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스웨덴의 물리학자 스반데 아르레니우스가 도입해 생명의 근원을 설명하며 다시 알려졌습니다. 흥미롭게 들렸지만, 과학자들은 그 근거를 찾지 못했고 결국 엉터리 이론으로 끝났습니다.
이종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