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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림 Mar 27. 2020

트럼프 발언 속 '초딩 화법과 자기애'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폭탄 발언들이 불편한 이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비상대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초기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또 며칠 안에 높은 검진율을 기록하며 자화자찬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의 직설적이고 거친 발언들이 화제입니다. 코로나19를 두고 '중국 바이러스'라고 지칭했다가 논란이 증폭되자 며칠 만에 말을 바꾸는 한편, 한국의 검사 규모를 넘어섰다며 자랑삼아 말해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과련 강대국을 이끄는 수장의 권위에 적합한 언행일까요?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독특한 연설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국가 정책뿐 아니라 세계정세에 대해서도 연일 막말을 퍼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얻는 기현상을 일으켰죠. 일부는 통쾌함(?)을 느꼈을지 몰라도 또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그가 대통령 후보였던 시절부터 이어온 화법을 분석해보겠습니다. 


트럼프 막말, 초딩 수준 어법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중인 트럼프 - CNN

그가 대선 후보자일 때, 연관 검색어 1위인 그의 ‘망언’이 있었습니다.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경찰을 살해한 범인은 사형시키겠다’, ‘테러를 막으려면 물고문도 약하다’ 등입니다. 인종차별적이고 인권을 무시한 발언으로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또 공식적인 자리에서 욕설과 폭언, 폭력을 부추기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언어기술연구소는 이러한 트럼프의 언행을 분석했습니다. 트럼프를 비롯해 미국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등의 연설을 분석해 어떤 어휘를 쓰는지 비교해서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트럼프의 어법은 11살짜리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흥미롭게도 과거 트럼프와 유사하게 미국 독단주의 노선을 내세우며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럼프와 반대로 미국에서 진보의 바람을 일으켰던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와 링컨 대통령은 좀 더 월등한 고등학생 수준의 문법과 어휘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선주자들이 평균 13~16세 정도의 쉬운 단어와 문법을 구사하는 반면, 트럼프의 연설은 11살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 카네기멜론대학의 언어기술연구소
왼쪽부터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 위키미디어 

트럼프의 심리는? 과도한 자기애


트럼프는 정치계로 발을 들이기 이전, 본래 아버지를 따라 트럼프 기업을 이끌던 기업가입니다. 엄청난 부동산을 거느린 재벌인 트럼프의 특징 중 한 가지는 트럼프 타워, 트럼프 레스토랑, 트럼프 샴페인 등 자신이 관여하는 모든 상품과 사업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왔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기업인의 타이틀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자기애(나르시시즘)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트럼프가 과거에 등장한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근거 없는 주장을 던지고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며 거만하게 자랑을 하듯이 두서없이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마치 막장 드라마 내지는 일방적인 코미디쇼를 진행하듯 거침없이 퍼붓는 모습이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트럼프에게서 지나친 자기애를 발견하곤 합니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사람들을 ‘루저’라 비웃으며, 자신이 우월하다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내면에는 무의식적인 열등감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모습은 오히려 공허함과 수치심을 숨기려는 저항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과도한 자기애는 공감능력의 결여, 특권의식, 때로는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도 주목받고 싶어하는 영웅의식이 드러납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그의 발언들에 대해 외신에서는 일제히 "변하지도 성장하지도 않았다"라고 논평하고 있습니다. BBC는 "백악관 브리핑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 대해 진심 어린 위로나 의료진에 대한 격려보다는 자축의 말로만 가득 차 있다"며, "이러한 발언들은 공감이 부족하고 겸손하지 않은 그의 인성을 드러낸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과도한 자기애를 대변하는 듯한 뉴욕 트럼프 타워 - pixabay

트럼프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심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히스패닉·무슬림·흑인 등을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 극우파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또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의 국제질서 유지에 힘 쏟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을 미국 내 안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지지를 얻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타임, 영국의 가디언 등 주요 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가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한 가지는 주류 정치에 대한 불만입니다. 경제적으로 불만이 있는 백인 노동자들에게서 이러한 모습이 나타났죠. 대놓고 무슬림과 이민자, 소수인종을 차별하지 못했던 일부 백인들의 이방인 배척 심리를 자극시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유럽에서 테러의 공포가 되살아날 때마다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증오심을 부추기며 더욱 큰 환호를 얻은 바 있습니다. 정치학자들은 테러 공포가 심해질수록 트럼프처럼 폐쇄적인 외교를 강조하는 적대심이 강한 후보를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트럼프는 테러리스트를 격퇴하기 위해 고문 부활, 테러범 가족 처벌 등을 이야기해왔습니다. 정책의 현실성이나 가치판단 없이 대중의 인기만 얻고 보자는 포퓰리즘에 불과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환호했습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테러가 발생하자, 트럼프는 “브뤼셀이 무슬림 입국을 허용해 재난의 도시로 전락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 동아일보DB

전 세계가 떠안은 트럼프 불안증 


트럼프의 인기가 반짝하다가 금세 꺼질 거라고 대다수가 전망했지만 트럼프는 과반수의 지지에 힘입며 인기몰이를 하는 ‘기현상’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열풍 속에 진짜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트럼프 불안증’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불안과 분노를 키워서 홍보하는 전략을 쓰는 트럼프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이죠. 


일각에서는 트럼프를 끌어내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트럼프 대신 ‘드룸프(Drumpf)’라 부르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본래 독일 혈통인 그의 성은 드룸프였습니다. ‘트럼프’라는 이름이 성공의 대명사가 된 지금, 유권자들에게 그의 실체를 제대로 알게끔 하자는 의도로 시작된 캠페인이었죠. 이를 풍자 삼아 그의 거침없는 막말을 따라 하는 ‘딥(Deep) 드룸프’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MIT 인공지능 연구소가 만든 도널드 트럼프처럼 대화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DeepDrumpf’라는 계정을 통해 흉내 냅니다. - 트위터 DeepDrumpf 캡처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 속 트럼프의 발언들은 언뜻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고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까지 합니다. 도덕적 윤리적 선함 대신에 자본을 최우선시하며, 테러에 대한 공포,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을 선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과거의 화법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막말로 인해 일부 미국인들이 느끼던 불안감을 전 세계가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출처 및 참고

http://arxiv.org/abs/1603.05739
http://www.livescience.com/53307-donald-trump-narcissism-reflects-us-culture.html
http://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6/mar/04/donald-trump-deep-drumpf-twitter-bot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52012049


이종림


과거 기사 원문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1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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