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2
UX 컨설팅 회사 S는 뉴욕에 본부를 두고, 영국과 이탈리아에 지점을 둔 글로벌 회사였다. 회사 S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인력 채용도 빈번했지만, 그중 하나의 이유는 인력 이직이 잦았기 때문이었다. 뉴욕 본사의 UX 디자이너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매니징 하며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니어 또는 팀장급 인력을 찾고 있었다. 에이전시 B 회사보다 규모나 업무 강도가 높았기 때문에, 처음 지원할 때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B 회사와 인터뷰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오히려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드디어 줌 인터뷰 날이 왔다. 비대면 인터뷰는 처음이었기에, 미리 친구와 줌으로 대화도 해보고 간단한 인터뷰 리허설도 해보았다. 약속 시간에 맞춰 줌에 접속하니 인사 담당자인 힐러리가 이미 나와 있었다. 파란 눈에 금발의 백인 여성이 환하게 나를 맞아 주었다. 전형적인 뉴요커 커리어 우먼 같아 순간 긴장했지만, 첫 번째 에이전시 B와의 인터뷰와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흘러갔고, 대면이 아니다 보니 조금 더 여유 있게 농담도 주고받으며 Preliminary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 마지막에 힐러리는 해당 인력 채용이 시급하다 보니 프로세스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었고, 다음 날 UX 컨설팅 회사 S 디자인을 총괄하는 디자인 디렉터와의 2차 줌 인터뷰 일정을 바로 잡았다.
아내의 출산 예정일은 5월 말이었고, 나는 4월까지만 출근을 하고 아내 회사에 3개월 출산휴가를 신청했다. 아내는 직장 찾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며 격려해 주었지만,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오히려 더 큰 책임감과 부담을 느꼈다. 레이오프 된 지 2달이 지나면서, 정규직 취업이 쉽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고, 현재 생활비를 재검토하며 가계 지출을 줄여야 할 부분들을 검토했다. 무엇보다 둘째가 태어나면 6월쯤 한국에서 장모님이 오셔서 3개월간 아내의 산후조리와 둘째 아이를 돌봐주실 예정이었기에, 마음이 여러모로 조급해지고 있었다.
UX 컨설팅 회사 S 디자인 디렉터 톰과의 인터뷰도 줌으로 진행되었다. 런던 출신인 톰은 쾌활하고 친절했지만, 영국식 영어 억양에 익숙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자기소개와 나의 포트폴리오 발표는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인터뷰는 하면 할수록 능숙해진다는 말을 실감했다. 톰이 팀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십 역량과 관련된 경험을 묻자 나는 나름 자신 있게 설명하며 내 역량을 어필하려 했으나, 그의 표정에서 내 이야기에 대한 반응을 읽을 수 없었다. 인터뷰가 끝날 때 톰은 3차 인터뷰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알려주었고, 그 인터뷰는 나와 함께 일할 팀 동료들, 개발자들, 그리고 개발팀 VP와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될 것이라 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
살면서 이렇게 1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잡 인터뷰를 준비하고 연속적으로 본 적은 없었다. 인터뷰 준비에 많은 시간과 스트레스가 소요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장점도 있었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준비한 내용을 더 능숙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답할 수 있는 임기응변 능력이 생겼다. UX 컨설팅 회사 S는 맨해튼 실리콘앨리가 시작되는 23가 Flat Iron 빌딩 옆에 위치해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높은 천장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고, 양복을 입은 월스트리트 뱅커 같은 세련된 어카운트 매니저들과 반바지를 입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개발자들이 동시에 눈에 띄었다.
익숙지 않은 풍경에 약간 당황했지만, 심호흡을 하고 첫 인터뷰를 기다렸다. 첫 번째로 들어온 UX 디자이너들은 시니어급 두 명이었고, 내 포트폴리오 중 앱 하나를 들어 처음 기획 단계부터 완성까지의 작업 과정을 상세히 이야기했다. 두 번째로는 개발자 대신 프로젝트 매니저와 프로젝트 전반의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전 인터뷰와는 달리, 이번에는 취조받는 느낌이 아니라 UX와 최근 IT 트렌드, 비즈니스 현황 등 다양한 주제를 캐주얼하게 대화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으로 개발팀 VP와의 짧은 대화를 마치자, 이전 줌 미팅에서 만났던 인사 담당자 힐러리가 들어왔다. “Lumen, 만나서 반가워요.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종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기말고사를 끝낸 듯한 홀가분한 마음으로 컨설팅 회사 S를 나와 뉴저지 집으로 가기 위해 Port Authority Terminal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메일 알림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