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에이전시 B의 디자인 헤드 타차냐는 라틴계로, 몸집은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인터뷰가 오후 늦게 진행되어서인지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타차냐는 책상 위에 놓인 내 이력서를 집어 들며 질문을 쏟아냈다.
"Please tell me about yourself."
"What did you do at your previous job?"
"Are you currently working?"
"Why do you want this job?"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질문들에 이미 준비해 둔 답변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했다. 내가 대답하는 동안 타차냐는 내 눈을 응시하며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용히 경청하는 듯했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타차냐는 내 포트폴리오와 경력에 대해 인상 깊었다는 말과 함께 다음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현재 B사에서는 Sr. Designer를 채용하기 위해 여러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진행 중이며, 1차 인터뷰를 통과한 지원자들에게는 2차 인터뷰로서 디자인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Design Task가 주어진다고 했다. 이 Design Task는 B사의 고객인 제약회사 이커머스 사이트의 홈페이지를 리디자인하는 것이었다. 관련 업무 요건은 이메일로 전달되며, 지정된 날짜로부터 5일 내에 제출해야 한다. 제출된 작업물은 내부 리뷰 후 소수의 2차 인터뷰 합격자를 가리고, 최종적으로는 CEO 인터뷰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현실에 부딪히니 채용 절차는 엄격했고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타차냐가 보낸 이메일을 확인해 보니, Design Task가 도착해 있었다. Wireframe 화면에는 그녀가 설명한 대로 간결하게 업무 정의가 되어 있었고, 관련 콘텐츠나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 먼저 업무 요건을 숙지한 후, 리서치를 시작했다. 이커머스와 웹의 기술 및 디자인 트렌드를 검색하며, 업무 요건에 맞는 콘텐츠를 수집했다. 항상 집에 있는 아빠를 보며 놀아달라고 칭얼대는 딸아이를 달래 가며 주말 내내 두 개의 디자인 시안을 제작했다. 그리고 신뢰할 만한 지인 디자이너들에게 배경 설명과 함께 산출물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요청했다. 지인들은 기꺼이 상세한 피드백을 제공해 주었고, 이를 바탕으로 수정 작업을 한 후, 화요일에 타차냐에게 회신을 보냈다.
주말을 바쳐가며 신속하게 디자인 테스트 산출물을 제출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었다. 중간에 후속 문의를 하니, 내 경쟁자들의 산출물 리뷰와 함께 진행 중이어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답변과 함께, 최종 인터뷰자 선정 시 알려주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지난 1주 동안 긴장 속에서 달려왔지만, 결론 없이 붕 뜬 상황을 맞이하니 김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LinkedIn에 올라왔던 채용 공고의 2번째 회사인 UX Agency에서 연락이 왔다. 이곳은 팀장급 UX 컨설팅 업무를 포함한 직무로, 처음 지원할 때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곳이었기에 적잖이 놀랐다. 이전 회사에서 UI/UX 업무를 했지만,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UX 콘셉트를 제안하는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이렇게 사람이 직접 쓴 이메일 회신이 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다.
UX Agency HR 담당자가 보내온 Preliminary Zoom Interview 요청 이메일에 나는 망설임 없이 Yes로 회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