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LinkedIn에 올라왔던 채용 공고 중 중견 에이전시 B에 지원했던 Senior Web Designer 직무에 대해 회신이 왔다. 근 두 달 동안 100군데 넘게 보낸 이메일 중 자동 시스템 회신이 아닌, 실제 사람이 직접 작성한 이메일을 받자마자 마치 취직 합격 이메일을 받은 것처럼 너무나 기뻤다. 이메일의 내용은 게시된 채용 공고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며, 웹 디자이너 직무에 대한 자격을 잘 이해하기 위해 이메일에 나열된 질문들에 답변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는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 스크리닝 절차로 보였다.
이메일의 답변을 정성스럽게 작성하고, 몇 번이나 읽고 지우기를 반복한 후 회신을 보냈다. 하루가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제출한 11번째 문항의 희망 연봉 액수(이전 직장 연봉을 기재했다)가 너무 높았나 하는 걱정부터, 내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까지 별의별 상상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내 경력과 실력에 비추어 최소 이 정도 연봉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많이 위축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절대로 절박해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만큼은 확고했다. 사람들은 절박해 보이는 사람보다는 자신감 있는 사람을 선호하고 신뢰한다.
피가 마르는 듯한 3일이 지나자 회신이 왔다. 디자인 헤드와 첫 번째 인터뷰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첫 번째 회신 이메일보다 더 기쁘고 감사했다. 인터뷰 일정 컨펌 이메일을 회신하고, 나는 바로 인터뷰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자기소개와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글로 작성했다. 그리고 거실에 있는 전신 거울 앞에서 읽으며 자연스럽게 구두 형식으로 고쳐 가면서 표정과 제스처를 연습했다. 이 과정을 아내에게 폰으로 촬영해 달라고 부탁한 후, 그 동영상을 수차례 보며 내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그리고 드디어 인터뷰 날이 왔다. 인터뷰 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집 앞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맨해튼 Port Authority Terminal에 도착해 천천히 에이전시 B가 위치한 Madison Ave로 걸어갔다. 회사는 Madison Ave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건물의 2층에 있었다. 나는 바로 옆 카페에 들어가 카페인을 섭취하며 다시 한번 몸과 마음을 각성시키면서, 수없이 연습했던 가상 인터뷰 동영상을 머릿속에서 재생했다. 인터뷰 시간 10분 전 즈음, 에이전시 B 건물로 들어가 인터뷰하러 왔다고 로비에 있는 직원에게 알리자 로비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면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회사 내부를 스캔했다. 에이전시답게 트렌디한 인테리어와 대학교를 갓 졸업한 듯한 젊은 친구들이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전 회사와는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고, 그것이 내게는 문득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기고 있을 때, 로비에 있던 여직원이 내 이름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