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던 사막에서, 나를 다시 만나다

싯딤 나무의 의미

by 루미아

어느 순간부터, 가이드 일도 재미가 없었다.
사람들을 이끌고 설명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돌아와도 집은 늘 조용했고,
버는 돈도 같이 쓸 누군가가 없으니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느낌.

우르르 손님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면

외로움은 더 커졌고,

같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커졌다.


그날도.

변함없이 사막을 지나던 중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진 모래언덕 사이,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 하나를 지나고 있었다.

그때 한 손님이 물었다.
“저 나무는 뭐예요?”

나는 입을 열어 설명했다.


저건 싯딤나무예요.
성경에 나오는 나무인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법궤를 만들 때 사용한 나무랍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덧붙였다.
“왜 그 나무였는지 아세요?”

고개를 돌리자, 그분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 나무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사막에선 저 나무가 유일하니까요.
볼품없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그 자리를 지켰기에 쓰인 거죠.”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
묵묵히 서 있는 그 나무가,
아무 말 없이 하루를 견디는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그 자리에 있다는 것.
그거 하나로도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말을
그날, 처음 믿게 되었다.


그래서 남았다.

아무 일 없어도,

그냥 있다 보면 나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겠지 싶어서.

어떤 전환점이 오겠지 싶어서.


그리고 정말, 어느 날.

훈훈한 남자 한 명이 요르단에 나타났다.


지금의 남편이다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
결국 그게 특별함이 되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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