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엄마는 늘 죄책감을 들고 출근했다.

엄마라는 자리,가장이라는 자리

by 루미아


서하는 모른다.
첫 뒤집음,
첫 이유식,
첫걸음마.

언젠가 본 기억은 있는데,
그게 영상 때문인지, 그 자리에 있어서인지 헷갈린다.
서하에겐 기억이 없다.

하지만 죄책감은 남는다.
아이의 손이 처음 엄마가 아닌 아빠를 잡았다는 사실,
아이의 잠버릇을 아빠는 아는데,
엄마는 모른다는 사실..

회사는 서하에게 일을 잘하는 멋진 사람이라 하고,
학교는 서하에게 늘 늦는 초보 엄마라고 질책한다.
서하는 매일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걷는다.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어요?”
누군가 물었다.


‘남편이 전업주부라면서요?’
‘사정이 있어서요.’
그렇게 대답했다.


그 이상은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하는 순간, 이 선택이 마치 변명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잘못한 것이 아닌데,

꼭 추궁을 듣는 것 같은 그런 상황은

아무리 경험을 해도 익숙해 지지 않는다.

아이가 자라며 가장 가까운 사람을 찾을 때
고은이는 늘 아빠를 먼저 찾았다.


화가 날 때, 무서울 때, 기쁠 때,
아빠를 향해 몸이 먼저 움직인다.
서하는 그 장면을 늘 멀리서 지켜봤다.
가끔은 서운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은 안도다.

‘아, 우리 아이는 사랑 안에서 자라고 있구나.’

서하는 이제,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 시절, 엄마는 돈을 벌었고
아빠는 양육자였다."



누가 더 옳은 자리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더 간절히 그 역할을 지켜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아이는 알게 될것이다.

그러니까, 서하는 말할 수 있다.
그건 죄책감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지금,

이 아이의 웃음이 그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