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딸이 말했다. 엄마처럼 살고 싶다고

무너진 마음위로 건넨 한마디

by 루미아


서하는 어릴 때,
자신의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늘 조용했고,
늘 누군가의 뜻을 먼저 물었고,
‘나는 몰라요’라고 말하며
남편의 눈치를 봤던 사람.
그게 자신의 엄마였다.

그땐 몰랐다.
그 삶이 오히려 더 편했는지도.
무게 없이,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그 나름의 평화였을지도.


요즘, 서하는 자주 생각했다.
다 던지고 싶다고.
책임도, 의무도.
하루하루를 끌고 가는 이 힘겨운 무게에서
그냥 벗어나고 싶다고.

그런 시기였다.

그런데 어느 날,
고은이가 말했다.
“나는 엄마처럼 살 거야.”

서하는 멈췄다.
“엄마처럼?”

“응. 회사 다니면서 멋있고
나도 챙겨주고,
되게 멋진 사람 같아.”


그 말이
서하를 오래 붙잡았다.

그 말은
칭찬보다 깊었고,
위로보다 선명했다.

서하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피곤한 얼굴,
어깨에 잔뜩 걸린 책임과 계획,
그 모든 위에
‘멋있다’는 말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 순간,
어린 시절 자신이 거부하던 엄마의 삶,
그리고 지금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이 삶 사이에
작은 다리가 놓인 듯했다.

고은이가 말한 “엄마처럼”이란 말속에는
존경이 있었고,
기억이 있었고,
미래가 들어 있었다.


서하는 생각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딸이 자라 이 나이가 되었을 때,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더는 특별하지 않은 시대,
‘남자는 일, 여자는 살림’이라는 말이
개그 프로그램에서 웃음으로 소비되는
그런 시대가 되기를.


지금 내가 그 다리를 건너고 있다면,
나는 다리가 되겠다고.
우리 아이가 건널 수 있는
첫 번째 다리.